대형사 발행어음 금리 줄줄이 인하…시장금리 하락 영향미래·DB·하이 등 신용융자 이자율 각각 0.3~1.0%p 인상"과도한 이자 장사" vs "시장금리 바로 반영하기 어려워"
  • 한동안 오르던 시장금리가 인하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증권사들도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금리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다만 신용융자 금리는 여전히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지나친 이자 장사에 나선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9일 발행어음 금리 변경을 시행했다. 회사는 91~180일의 발행어음 금리를 연 3.8%로 낮췄고, 181~271일과 271~364일은 4%로 조정했다. 최장기간인 365일 상품의 경우 4.5%에서 4.05%로 하향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발행어음 금리를 인하한 지 약 2주 만이다. 회사는 앞서 지난달에도 CMA·수시물 금리와 발행어음 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NH투자증권도 지난 7일 머니마켓랩(MMW형) CMA 금리를 기존 3.94%에서 3.80%로 0.14%포인트 낮췄다. 아울러 발행어음형 CMA 금리는 91~180일의 경우 연 4%에서 3.75%로, 181~270일과 271~364일은 각각 4.5%씩 내렸다. 

    한국투자증권도 같은 날 MMW형 CMA 이자를 기존 3.94%에서 3.8%로, KB증권은 기존 3.84%에서 3.7%로 내렸다. 이밖에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과 하나증권, 삼성증권 등도 최근 CMA 상품의 금리를 인하했다.

    증권사들이 잇달아 CMA 금리를 낮추는 이유는 한국증권금융의 수신금리 가산 이율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자금시장 금리는 꾸준한 내림세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단기자금시장의 대표 금리인 기업어음(CP‧91물)은 지난해 말 최고치(5.54%)를 찍은 뒤 하락하기 시작해 이달 10일 기준 3.46%로 내려온 상태다.

    반면 CMA의 인하 흐름과 달리 증권사의 신용융자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오히려 신용융자 이자율을 올리고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9일부터 1~7일 구간의 신용융자 이자를 기존 4.9%에서 5.9%로 1%포인트 인상했다. 유안타증권은 이날부터 기간별, 고객등급별 신용 이자를 0.05~0.25%포인트씩 올린다.

    DB금융투자는 오는 15일부터 기간별 신용 이자를 기존 5.76~9.9%에서 6.06~10.1%로 올리기로 했다. 하이투자증권 또한 다음 달 1일부터 기간별 신용 이자를 기존 7.1~9.6%에서 7.1~9.9%로 인상할 계획이다.

    CMA와 신용융자의 상반된 금리 움직임은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시차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어음을 비롯한 CMA의 경우 최근 시장금리 하락을 빠르게 반영한다"라며 "반면 신용융자는 증권사별로 정기적인 회의를 거쳐 정해지기 때문에 CD나 CP 금리를 바로 반영하지는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증권사는 은행 등 다른 금융사들의 일반 대출에 비해 더 위험성이 크다"라며 "증권사 신용거래는 주식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이율이 더 높을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이자율을 유동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신용이자 상승 움직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시장금리를 적절히 반영해 신용융자거래 금리를 조정해야 한다"라며 "더구나 최근 시장금리 하락으로 조달 부담도 줄어든 상태에서 신용이율을 올리는 속도가 내릴 때와 달리 지나치게 빠르다"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증권사 역시 은행과 같이 '비교 공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 증권사의 조달금리 공시에 대한 법안 발의 필요성도 언급되고 있다.

    양정숙 무소속 국회의원은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대출해 줄 때는 주식 등 확실한 담보를 설정하면서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라며 "증권사들도 은행 예대마진 공시와 같이 조달금리와 대출금리를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