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업이익 1조925억원 달성…실적 업계 1위 등극금융수지 급등·IB 선방 덕분…PF 리스크 선제적 관리리테일 수익 비중은 뒷걸음질…현장서 전략 아쉬움 목소리
  • 메리츠증권이 업계 유일하게 지난해 1조클럽에 입성했다. 금융수지 급등은 물론 그간 주력하던 기업금융(IB) 부문에서도 리스크 관리와 선별 투자를 통해 양호한 성과를 낸 덕분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약했던 리테일은 업황 둔화에 수익 비중은 다시 4년 전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수익 구조 다변화는 여전한 과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조9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건 창사 이래 처음이다. 세전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1332억원과 8281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8.2%, 5.8% 늘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금융수지와 IB, 세일앤트레이딩(S&T) 등 전 사업 부분에서 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메리츠증권의 별도기준 지난해 순영업수익은 1조4792억원으로, 금융수지(4554억원) 부문은 전년 대비 97.7% 급증했다. 이는 하이난항공그룹 채권 일부를 매각해 자금을 회수한 영향이 컸다. IB(4558억원)와 트레이딩(4863억원) 실적은 전년 대비 각각 14.4%, 11.3% 줄면서 업황 대비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자기자본 기준 6위인 메리츠증권은 빅5 증권사 실적을 누르고 지난해 순익 선두 자리에 올라섰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선 증권사는 메리츠증권이 유일하다.

    업계는 이번 이변의 배경으로 회사가 그간 부동산 PF부문에 대해 선제적으로 리크스를 관리해왔다는 점을 꼽는다.

    지난해 레고랜드발 사태 이후 신규 딜에 대해 보수적인 판단 기준과 기존 딜은 선순위 95%, 담보대출비율(LTV) 50% 수준으로 맞췄다. 이로 인해 부동산 PF 등 채무보증 규모를 2분기부터 조금씩 줄이면서 지난해 4분기 채무보증 잔액은 4조5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4600억원 감소했다.

    트레이딩 부문에서 선제적으로 금리 상승에 대비한 점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선제적으로 보유 채권 만기를 축소하고 국채선물 매도 등을 통해 헤지에 나서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손실을 최소화했다.

    역대급 실적 덕에 오는 21일 성과급 지급을 앞두고 회사 분위기는 타사 대비 한층 고무적이다.

    대부분 증권업계가 지난해 죽쑨 실적으로 침울한 분위기인 가운데 메리츠증권은 구조화금융사업본부 등 주력 사업부는 물론 지원부서인 업무직군들까지 예년 대비 두둑한 성과급이 지급될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 장이 좋지 않았던 만큼 리테일 부문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어둡다. 본사 영업부의 경우 체감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는 전언이다. 지점장 인센티브 등 일부를 제외하곤 리테일 직원들의 성과급은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점쳐진다.

    회사는 기존의 강점을 가진 IB뿐만 아니라 리테일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수익원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리테일 수익 비중은 다시 2019년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리테일 영업수익은 817억원으로 지난해(1415억원) 대비 42.2% 급감했다. 영업수익 내 리테일 비중은 지난 2019년 4.17%에서, 2020년 8.30%, 2021년 9.7%까지 지속적으로 늘어왔지만 지난해 다시 5.5%로 전년 9.7%보다 4.2%포인트 줄었다.

    이에 따라 메리츠증권 리테일 부서는 점유율 확대를 위해 와신상담하고 있다. 

    우선 채권형 3배 레버리지 상품을 출시하는 등 ETN(상장지수증권) 라인업을 늘리면서 지하철 옥외 광고를 진행하는 등 공격적 홍보에 나섰다. 공식 유튜브 채널에 국채 ETN을 활용한 트레이딩·자산배분 전략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개인투자자들에게 익숙한 채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한 업계 최초로 환매조건부채권(RP) 자동투자를 내세운 '슈퍼365 계좌'를 지난 연말 출시했다. 이는 보유한 현금을 영업일 기준 하루에 한 번 지정 시각에 자동 투자하고 다음날 자동으로 팔아주는 상품으로, 일 복리 투자 효과가 있다.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입소문을 탄 슈퍼365 계좌는 출시 한 달여 만에 잔고 1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엔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개시, 하루 20시간 30분 동안 미국 주식 매매가 가능해지도록 거래 편의성을 높였다.

    다만 일각에선 디지털 채널 중심 전략에 대한 아쉬움이 나온다.

    회사 한 영업직원은 "회사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보다 뒷받침되면 훨씬 영업하기가 수월하겠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만큼은 아니다"면서 "예컨대 대주주 담보대출 이자율은 업계 평균 수준 대비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돼 영점 몇퍼센트로 움직이는 큰손 고객들 유치하기엔 아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회사 입장에선 리스크를 관리하고, 잘되는 사업 역량을 더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도 "영업하는 입장에선 아쉬움이 있고, 요즘 같은 시기에는 박탈감이 더하다"고 덧붙였다.

    회사 관계자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브로커리지를 위한 디지털 전략에 방점을 두는 추세"라면서 "일부 전략적인 면에선 초대형사 대비 지점 영업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회사마다 주요하게 여기는 사업군을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리크스 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건 경영 전략상 당연한 부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