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슬레, AI 플랫폼 활용해 크리에이티브 기준 세워 모든 마케팅에 적용"전세계 1만5000여명의 마케터들에게 네슬레의 가이드라인과 체계 제시""AI, 낭비되는 시간 줄여주고 캠페인 효과 높일 것"
  • ▲ 스위스 네슬레 본사 전경. ⓒ네슬레
    ▲ 스위스 네슬레 본사 전경. ⓒ네슬레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인 챗GPT(ChatGPT)가 쓴 완벽한 광고 카피가 업계를 놀라게 하면서 크리에이티비티 업계에서 AI의 활용도가 주목받고 있다. 조만간 AI가 카피라이터는 물론, AE와 아트디렉터도 대체할 수 있다는 위기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그 가운데 AI를 활용한 네슬레(Nestlé)의 마케팅 실험이 의미있는 결과를 내놓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20일 마케팅 전문지 더 드럼(The Drum)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식품 기업 네슬레는 AI를 활용해 크리에이티브 기준을 세우고 이를 광고 캠페인 집행시 적용하는 테스트를 실시해왔다. 사실상 AI가 모든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검열하도록 한 것이다.

    네슬레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 CMO)인 오드 갱던(Aude Gandon)은 지난 2021년,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적합성을 바탕으로 최대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수익률)를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요소를 끌어내기 위해 AI 플랫폼을 활용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이후 네슬레는 성공적인 캠페인을 만들기 위해 AI 플랫폼을 활용한 크리에이티브 기준을 세워 이를 광고 캠페인에 적용시켰다. 그 결과, AI 플랫폼이 요구하는 크리에이티브 기준을 충족시키는 광고가 기존 대비 훨씬 더 높은 ROI를 달성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앞으로 전세계 200여개 지역에서 2000여개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는 1만5000여명의 네슬레 마케터들은 물론, 네슬레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는 모든 에이전시 파트너사들도 광고 집행시 AI 플랫폼이 요하는 크리에이티브 기준을 우선 충족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드 갱던 네슬레 CMO 겸 수석 부사장은 네슬레 미디어 믹스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온라인 마케팅에 주목했다. 그간 TV를 중심으로 집행돼 온 광고를 디지털 중심으로 바꾸고자 한 것이다. 이에 네슬레는 온라인 광고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디지털 미디어에 급진적인 투자를 집행했다.

    오드 갱던 CMO는 "하나의 크리에이티브를 만들고 이를 편집해서 유튜브(YouTube)나 페이스북(Facebook)에 올렸던 TV 광고 시장과 디지털 광고 시장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플랫폼에 맞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기준이 있다는 사실을 마케터들에게 이해시키고자 했다"며 "네슬레의 복잡한 마케팅 운영 과정과, 미디어의 새로운 변화와 진화를 수천여명의 마케터들과 에이전시 파트너들에게 동시에 이해시킬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체계를 제공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크리에이티브 기준이 마련돼 있으면, 마케터들과 에이전시는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고 크리에이티브에 관한 이야기를 더 할 수 있는 시간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갱던 CMO는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플랫폼 회사인 크리에이티브X(CreativeX)과 협력해 수천개의 역사적인 광고 캠페인을 분석한 뒤 이를 AI 플랫폼에 입력했다. 크리에이티브X는 분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크리에이티브 퀄리티 스코어(Creative Quality Score)'를 만들어냈다. 이는 메타(Meta)나 유튜브와 같은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광고 적합성을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다.

    크리에이티브X의 아나스타시아 렝(Anastasia Leng)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CEO)는 "네슬레는 자사의 광고가 디지털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를 알고자 했다"며 "물론 크리에이티브 퀄리티 스코어가 항상 훌륭한 광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훌륭한 크리에이티브 작업물을 위한 필요 조건일 뿐, 충분한 요소는 아니"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환경에 맞지 않는 광고는 바퀴 없는 자동차와 같아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에 이를 수 없다"고 역설했다.

    '크리에이티브 퀄리티 스코어'가 훌륭한 광고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요소는 아니지만, 플랫폼에 따른 광고 적합성을 따질 수 있는 필수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예로, '크리에이티브 퀄리티 스코어'는 광고 플랫폼에 따라 사운드를 추가하는 기준을 마케터들에게 제시할 수 있다. 메타에서는 콘텐츠의 90%가 소리 없이 시청되는 반면, 유튜브에서는 사운드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광고 집행전에 AI가 이같은 기준을 마케터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네슬레의 모든 마케터들과 에이전시 파트너들은 새로운 광고나 마케팅 집행 전, 이를 크리에이티브X에 업로드한 뒤 '크리에이티브 퀄리티 스코어'를 확인한 뒤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기준이 생길 경우에도, 이를 모두 충족시켜야만 캠페인을 집행할 수 있다.

    아나스타시아 렝 CEO는 "이전에는 광고나 마케팅을 실제 집행한 뒤, 해당 캠페인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모두를 설득해야만 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제출하기만 하면 네슬레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자동으로 분석한 뒤, 무엇이 잘 됐고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알려주는 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네슬레와 크리에이티브X가 메타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 캠페인 데이터와 오프라인 판매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크리에이티브 퀄리티 스코어'가 66% 이상인 광고의 ROAS(Return on Ad Spend, 광고수익률)가 그렇지 않은 광고에 비해 66%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갱던 네슬레 CMO는 "이전까지 우리 팀은 광고 속 브랜드 로고를 어디에 위치시킬 것인가와 같은 주제들로 끝없는 토론을 벌이며 더 중요한 일에 쏟아부었어야 할 시간을 낭비했었다"며 "(크리에이티브X와의 협업 목표는) AI에 의해 생성된 크리에이티브 규칙을 제공함으로써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경기 불황과 인플레이션이 맞물리면서 일상 소비재(FMGC) 브랜드들은 광고비를 삭감하고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네슬레는 광고비를 줄이는 대신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해 크리에이티브X와의 프로젝트에 투자를 더 늘릴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