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온더바디 '발을씻자', 엑스(트위터)서 구설과거 남성 혐오성 발언 한 인플루언서와 협업으로 논란문제되자 광고 삭제 후 사과문 게재했지만 불매 운동 조짐까지앞서 여성 혐오적 내용 담긴 웹툰 논란에 대한 미온적 대응과 비교되며 '선택적 태도' 지적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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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을씻자. ©LG생활건강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비자들과 적극 소통하며 성공적인 마케팅을 펼쳐 온 LG생활건강의 브랜드 '발을씻자'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인한 후폭풍을 맞았다. '발을씻자'가 과거 남성 혐오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플루언서와 광고 계약을 맺은 것이 발단이 됐지만, 논란의 본질은 '남혐(남성 혐오)'이나 '여혐(여성 혐오)'과 같은 젠더 갈등이 아닌, 비슷한 사안을 대하는 LG생활건강의 선택적 태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13일 업계에 따르면 '발을씻자'와 광고 계약을 맺은 인플루언서 A는 지난 7일 자신의 엑스 계정에 '발을씻자' 광고 게시물을 올렸고, 이를 본 일부 남성들은 A가 과거 "키 160대 남자들은 인간적으로 여소(여자소개) 받지 말자"고 발언한 부분을 문제삼으며 LG생활건강 고객센터에 항의했다.이에 대해 LG생활건강 고객센터는 "당사는 어떠한 형태로든 사회적 혐오, 편견, 차별로 갈등을 조장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이후 '발을씻자'는 A와 상호 협의 하에 광고 게시물을 내렸고, A는 "믿고 맡겨준 광고에 잡음을 낸 게 미안했다"며 "제 트윗(게시글)이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는 게시물을 게재했다. -
- ▲ ©발을씻자 엑스 계정 캡처
논란이 커진 것은 12일 '발을씻자'가 엑스 계정에 사과문을 올리면서부터다. '발을씻자' 측은 "긴장감을 가지고 매일 밤낮으로 모니터링하는 담당자로서 주말에 검색을 통해 커뮤니티 글을 인지했다. 놀란 마음에 해당 계정과 협의하고 나서 광고를 당일 삭제했다"면서 "고객의 소중한 의견을 깊이 경청하고 있으며 앞으로 모든 소통해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이 사실이 알려지자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반발이 나왔다. 과거 '여혐' 논란이 있는 네이버 웹툰 '이 세계 퐁퐁남' 논란 당시에는 별다른 답변이나 대응을 하지 않았던 LG생활건강이 '남혐' 논란에는 즉각 대응을 한 것을 두고 성별 선택적 태도라고 지적한 것이다.'이 세계 퐁퐁남'은 아내에게 배신당한 한 남성이 이혼으로 재산 대부분을 빼앗긴 뒤 우연한 계기로 다른 세계로 건너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 속 '퐁퐁'이라는 단어는 여성을 음식에 비유해 남들이 식사를 마친 그릇을 최종 결혼 상대인 남성이 설거지한다는 뜻의 여성 혐오적 표현이다. '퐁퐁'은 LG생활건강의 대표 식기 세재 브랜드이기도 하다.이에 한 누리꾼은 LG생활건강 측에 "웹툰 제목과 내용에 내포한 여성혐오적 의미를 떠나 귀사의 대표상품의 상품명을 허락 없이 사용하고 있다"며 "해당 웹툰 사이트를 넘어 제품까지 불매 대상이 되지 않도록, 퐁퐁이 더 이상 더럽혀지지 않도록 귀사에서 네이버 웹툰에 즉각 항의와 경고 등 조처를 해주시길 바란다"는 문의를 남겼다. 그러나 당시 LG생활건강 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답변을 내놓거나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여초 커뮤니티는 '이 세계 퐁퐁남' 논란과 이번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결부시키면서 '발을씻자' 계정을 '언팔(팔로우 끊기)'하고, 대체 제품을 공유하며 적극적인 제품 불매 운동까지 펼치고 있다.해당 논란 이후 '발을씻자'의 엑스 공식 계정 팔로우 수는 기존 7만 명에서 13일 오후 현재 4만7900명으로 급감했으며 계속해서 팔로우 수가 줄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이 세계 퐁퐁남' 논란 후 네이버 웹툰 측이 미온적 대응을 보이면서 여성 이용자 수가 급감했던 것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애플리케이션(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네이버 웹툰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해 9월 1042만명에서 12월 983만명으로 59만명 감소했다. 여성 이용자 수는 532만명에서 476만명으로 56만명 줄어 전체 이용자 수 감소의 94.9%를 차지했다. LG생활건강의 주력 고객층이 여성인만큼, 그 여파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
- ▲ ©발을씻자 엑스 계정 캡처
논란이 계속 되자 LG생활건강은 '발을씻자' 엑스 공식 계정을 통해 "고객센터를 통해 접수해 주신 많은 고객님들의 게시글을 모두 받아보고 있고 한 분 한 분께 답변드리고 있다. 금번 1:1 문의에 대한 답변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 "당사는 본 사안을 교훈 삼아 미흡한 점을 보완해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시 한 번 사과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엑스 유저들은 "누구한테 무엇을 왜 사과하는지 두루뭉술하다. 경위도 하나 없다. 고객센터 답변 내용만큼 구체적이어야 한다", "자사의 제품명을 사용한 혐오 단어인 '퐁퐁남'에는 왜 침묵했는지부터 설명해달라", "논점이 완전히 비껴갔다", "한 번 깨진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등 계속해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기업 위기 관리 전문가는 "기업이 인플루언서와 협업을 할 때는 과거 이력이나 논란이 될 만한 소지를 사전에 꼼꼼히 조사하는 것이 기본이다. LG생활건강과 같은 대기업이 (과거 발언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협업을 했다면 그것도 문제지만, 모르고 했다면 그것 또한 문제"라고 꼬집었다.또한 "LG생활건강 측의 사과문을 보면 사과 대상이 불분명하다. 그 점이 이번 논란을 더 키운 것으로 보인다"며 "고객센터 답변이나 소셜미디어 게시물은 회사의 공식적인 발언이다. 논란이 될 수 있는 단어나 표현은 최대한 조심해야 하는데, 내부적으로 커뮤니케이션 관리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또 다른 전문가는 "젠더 이슈와 소셜미디어의 파급력이 기업 마케팅에 미치는 위험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며 "기업이 마케팅 파트너를 선정할때 철저한 배경 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이슈에 대해서는 균형잡힌 접근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트렌드에 맞추는 것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의 가치, 철학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친밀하고 적극적인 SNS 소통 전략으로 승승장구해 온 '발을씻자'가 이번 논란을 어떻게 타개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