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조4000억 순매수지난달 3조5000억 순매도와 대조금융당국, 채권 매입 등 기관투자자 역할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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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로 채권 매각을 지속하던 보험사들이 이달 들어 채권을 다시 사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금융당국이 보험사를 불러모아 채권 매입 등 기관투자자로서 역할을 당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24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은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채권을 1조3862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9조3849억원 가량의 채권을 매수했고 7조9987억원 매도했다.
지난 1월 총 3조4918억원의 채권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12월(1조2363억원 순매수)을 제외하고 ▲9월 6317억원 ▲10월 2조2319억원 ▲11월 3조5534억원 등 꾸준히 채권을 팔아치웠다.
보험사들이 채권을 팔아 현금 확보에 주력한 이유는 지난해 가파른 금리인상과 경기둔화 영향으로 생명보험의 저축성보험 해약이 급증하면서 고객에게 돌려주는 환급금이 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 상반기 대규모 콜옵션 만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현금 확보가 절실한 이유였다. 보험사들이 올 상반기 콜옵션 해야 하는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증권 규모는 1조8500억원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말 '보험업계 CEO 간담회'를 열고 채권매입 등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보험업계는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장기자금을 제공함으로써 자본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면서 "올해도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따른 정상기업의 부실화가 금융산업 내 시스템리스크를 촉발시키지 않도록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관투자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달라"고 말했다.
뒤이어 지난달 31일에는 보험연구원이 장기대체투자 등 보험업권의 장기투자자 역할 강화를 위한 연구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이 원장 발언에 힘을 싣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동성 부담이 여전한 상황 속에서 채권매입 등 당국의 요구가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자본성증권 규모는 4조8979억원으로 추산되고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저축성 보험 규모가 여전한데다 채권 조기·만기 상환액도 부담되는 상황"이라며 "채권 매도만큼 유동성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