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브랜드사업부 분사…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구축DB손보, 김정남 부회장 용퇴… 정종표 대표 단독체재로취임후 호실적 바탕으로 지속가능경영 토대 쌓을 듯
  • ▲ 김남호 DB그룹 회장.ⓒDB그룹
    ▲ 김남호 DB그룹 회장.ⓒDB그룹
    취임 3년 차에 접어든 김남호 DB그룹 회장이 주력 계열사들을 상대로 고강도 혁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그룹제 도입을 시작으로 경영진 세대교체, 사업구조 개편 등 숨 가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 김 회장이 호실적을 통해 경영 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으면서 본격적인 '자신만의 색깔내기'에 돌입한 것이란 평가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DB그룹은 주력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우선 제조부문의 DB하이텍은 오는 29일 제 70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브랜드사업부를 물적분할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비주력인 팹리스(설계사업)을 자회사로 떼어내는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순수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으로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IT시장 침체로 인한 가동률 하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돼 파운드리사업에 역량을 집중, 실적 개선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DB그룹은 신설법인 DB팹리스(가칭)을 첨단 디스플레이 설계전문회사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시스템반도체 소재·장비, 팹리스, 파운드리, 세트를 아우르는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금융부문에선 정통DB맨으로 불려온 김정남 부회장이 이달 23일 DB손해보험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다. 내년 3월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않고 정기 주총 하루 전날 사내이사에서 사임하기로 한 것. 그룹 보험그룹장 역할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로 알려진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말 보험그룹장으로도 신규 임명됐다. 

    1952년생 김 부회장은 1979년 동부그룹에 입사해 2010년부터 약 13년 동안 DB손보를 이끌어온 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다. 그의 빈자리는 지난해 말 신임 대표에 오른 정종표 대표이사가 채우게 된다. 김 부회장은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는 등 DB손보를 국내 주요 손보사로 성장시키는데 큰 공을 세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DB그룹의 버팀목으로 불리는 양대 계열사를 중심으로 인적‧물적 혁신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앞서 DB그룹은 지난해 12월 보험·금융·제조서비스 그룹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대대적 사업구조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특히 DB하이텍의 경우 단일 대표이사 체제에서 파운드리사업부와 브랜드사업부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양분하며 사실상 분할의 단초를 마련했다. 

    조직개편과 함께 경영진 인사를 통해 DB손해보험 신임 대표이사에 1962년생인 정종표 사장을, DB금융투자 대표이사에 1969년생 곽봉석 사장을, DB하이텍 파운드리사업부와 브랜드사업부에는 1964년생 동갑내기 조기석‧황규철 사장을 각각 선임하며 세대교체 작업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달 김정남 부회장이 DB손보 대표에서 물러나면 주요 계열사 CEO는 모두 60년대 생으로 교체된다.   

    재계에서는 김남호 회장이 취임 후 그간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본격 자신의 색깔내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20년 김준기 전 창업주의 퇴임 이후 40대 젊은 총수로 DB그룹 2세 경영의 막을 올렸다. 이후 지난해까지 주력 계열사 실적을 크게 개선하는 등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DB그룹은 공정자산 기준 재계 순위 39위지만 매출액으로는 17위다. 2021년 DB그룹은 매출액 24조2650억원, 순이익 1조4450억원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2020년 영업익 첫 1조원 시대를 연 데 이어 2년 연속 영업익 1조원 시대를 달성하며 6년 만에 대기업 집단으로 복귀했다. 

    외형 확대는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회사별로 보면 DB손해보험은 매출(원수보험료) 16조415억원, 영업이익 1조3111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9%, 영업익은 23%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6.2% 늘어난 9806억원으로 집계됐다.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DB하이텍도 2년 연속 매출 1조원 시대를 이어갔다. DB하이텍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조6753억원, 영업이익 7687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8%, 영업이익은 93%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77.9% 증가한 5637억원을 달성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영업이익률 46%를 달성하며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 5~10%의 4배를 웃도는 성과를 냈다. 

    취임 후 꾸준히 이어진 그룹의 성장세가 김 회장식 혁신의 토대를 마련해준 셈이다. 

    김 회장은 취임 당시 “저의 꿈은 DB를 어떠한 환경변화도 헤쳐나가는 지속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DB도 앞으로 많은 부분에서 변화하게 될 것이나 그 변화는 지속성장하는 기업이 되기 위한 일관된 과정이며 피할 수 없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기업들이 고전하는 상황에서도 DB그룹은 김남호 회장 체제 아래 외형을 확대하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하며 “사업 재편을 바탕으로 신사업 발굴 등 지속 가능한 경영의 토대를 다지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