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규제 보다 자율 규제 방점'공시, 주총' 넘어 더 센 대책 나올 수도전 정권 당시 입법 흐지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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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금융위원회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터진 금융개혁 봇물이 3월 들어 어느 정도 물길이 잡혀지는 모양새다. 금융권의 '눈치 없는' 성과급 잔치로 개혁의 명분은 충분히 확보됐고, 이제 당국이 어디에, 얼마나 칼을 대느냐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당국의 직접규제보다는 업계의 자율규제 쪽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스타일로 봤을 때 '성과보수 상한제' 등 더 강경한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은행 성과보수체계 개선과 관련, 지난달 금융계 안팎에서 제기됐던 여러 대책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근 관련 TF 회의에서 "성과보수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금리 등) 외부적 요인보다는 실질적 성과에 따라 중장기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뒤 "성과보수체계를 투명하게 공시하는 등 은행권이 스스로 개선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의 과도한 희망퇴직금 지급 관행에 대해서도 "상당히 큰 규모의 비용이 소요되는 의사결정인 만큼 주주총회 등에서 주주로부터 평가받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과보수체계 개선의 주요 대책으로 '투명한 공시'와 '주총 검증'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금융권에서 낯설지 않은, 꽤 익숙한 대책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3월,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의 부적절한 경영이 국민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금융위는 고액연봉자 개별보수 공시, 임원 보상계획 주주투표 의무화(Stay-on-Pay), 성과보수 이연지급 자율성 확대 등을 주요 대책으로 제시했다. 역시 '공시와 주총'이 주요 대책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이 2010년 만들어졌지만 금융권의 '민심 이탈 행태'는 계속 이어졌고, 결국 규제강화로 귀착된 것이다.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은 "우리 금융회사들의 경우 대주주나 경영진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 금융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크다"며 "고액연봉자에 대한 보수공시와 보수통제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발표된 방안은 실제로 이행되지는 못했다. 입법과정에서 흐지부지돼 2020년 6월에 가서야 재추진됐고, 그마저도 Stay-on-Pay 등 주요 내용은 빠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당시에도 은행들의 과도한 보수가 문제가 됐고, 여론이 악화되면서 대책이 발표됐지만 흐지부지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생한 관료들이 나중에 CEO로 자리를 옮겨야 하는데 과연 당국이 큰 의지를 갖고 추진할까 업계에서는 반신반의했다"고 떠올렸다.

    이에 일각에서는 '공시와 주총'을 넘어서는 보다 강화된 대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일개 부처 차원이 아닌, 대통령실에서 주문한 대책인 만큼 이전 정부에서 발표된 방안을 답습하는 수준으로 마무리짓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 2013년 스위스 국민들의 분노에서 촉발된 금융권 고액 보너스 제재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EU는 당시 유럽은행감독청(EBA)이 기안한 '성과보수 상한제'를 승인한 바 있다. 금융권 주요 임직원의 연간 보너스를 연봉의 최대 200%로 제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지난 10년 가까이 실제로 시행되고 있는 규제"라면서도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 금융사들과 비교했을 때 임원 보수 수준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에 도입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영국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있어 왔고, 편법 지급 등 보수체계가 왜곡되는 부작용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