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보조금 규모 축소, 일부 폐지업계 보급형 전기차 개발경쟁 돌입내연기관 수준 가격대 형성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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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시장이 보조금 축소로 가격을 낮춘 저가형 모델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1월 기아 EV6 판매량은 0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니로 EV는 1대 판매됐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76대, 아이오닉6는 23대 팔리는데 그쳤다.

    이처럼 전기차는 구매보조금이 판매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1-2월에는 환경부에서 설정하는 올해 전기차 구매보조금 정책이 결정되지 않았다.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은 시기에 전기차를 구매하면 보조금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구매보조금 가격 상한선은 5700만원으로 늘어났지만, 최대 보조금액은 68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0만원 줄었다. 기아 EV6를 비롯한 현대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는 전기차 구매보조금 상한선에 맞춘 가격을 설정한 모델들이다. 가격 상한선에 맞춰 충전인프라·혁신기술 보조금 등을 포함한 구매보조금 전액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보조금 상한선에 맞춘 5000만원대 이상 고가 차량 위주로 개발하던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폐지 또는 삭감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이하 PHEV)에 대한 보조금을 없애는 한편, 보조금 상한액도 축소하는 추세다. 독일은 지난해 전기차 보조금 상한선을 1500 유로(약 200만원) 축소하고, PHEV 보조금은 철폐했다. 영국과 스웨덴, 중국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완전 폐지했다.

    보조금 폐지는 전기차 판매량 감소로 연결되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독일의 1월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3.2% 감소했고, 같은 기간 PHEV는 53.2% 줄었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1월 전기차를 비롯해 하이브리드, 수소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판매량은 약 36만대로, 전월 대비 43.8% 줄었다.

    보조금 정책 변화는 완성차 업계의 저가형 모델 개발 경쟁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폭스바겐이 최근 공개한 전기차 콘셉트카 ‘ID.2 all’은 2025년 출시 예정으로, 가격은 2만5000 유로(약 3500만원) 미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상위 모델인 ID.3가 3만5000 유로(약 5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1만 유로가량 낮은 가격이다. 테슬라도 2020년 3만 달러(약 4000만원) 미만의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전기차 라인업을 다양화함과 동시에 소형과 준중형급 모델을 개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기아는 2024년 3000만원대 소형 SUV ‘EV3’를 양산할 예정이며, 현대차도 광주글로벌모터스를 통해 ‘캐스퍼 EV’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계의 보급형 전기차 개발은 동급 내연기관 차량과 가격 차이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전기차는 배터리 가격 등으로 인해 소형차급 기준에서도 1000만원가량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폐지와 축소로 3000만원대 수준의 이른바 ‘반값 전기차’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주행거리를 확보하면서도 동급 내연기관 차량과 가격대와 품질이 비슷한 차량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