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치 쌓인 일감에 생산시설마다 작업 분주불황 털어낸 현대重, 올해 수주목표 41.4% 달성친환경 선박 개발 가속…압도적 경쟁력 갖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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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철갑선을 만든 나라입니다. 그 잠재력을 믿고 도와주세요.”1971년 영국을 방문한 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보이며 던진 이 한마디에서 세계 1위 조선소 현대중공업이 탄생했다.지난 22일 기자는 울산 동구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조선소(야드)를 방문했다. 조선소 곳곳에는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될 수 있는 길이다’라는 정주영 창업자의 정신이 곳곳에 새겨져 있었다.조선소에서는 더 이상 불황의 그림자를 찾아 볼 수 없었다. 141만평에 달하는 초대형 부지에 들어선 10개 도크(dock·선박 건조 공간)마다 건조 중인 대형 선박들로 가득 찬 상태다. 현재 약 50척의 선박들이 동시에 건조 중이다.특히 도크에는 대부분 LNG 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들이 있어 현대중공업이 LNG선박 강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은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운반선 173척 중 가장 많은 44척을 수주하는 기염을 토했다.지난 2년 연속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한 현대중공업은 올해도 거침없는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총 65.1억 달러를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치의 41.4%를 벌써 채웠다.약 3.5년치 일감이 쌓이면서 조선소 내 발길 닿는 곳마다 분주하다. 후판이 가득 쌓인 철판 야적장부터 블록을 커팅하고 생산하는 선각공장, 대조립 공장 등 모든 생산시설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절단된 블록을 하나의 덩어리로 잇는 용접 작업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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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건조 중인 17만4000㎥급 LNG선에 승선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수주 가격만 2억5000만 달러(한화 약 3300억원)라는 이 선박은 길이 약 300m, 높이 35.5m으로 아파트 14층 높이와 맞먹었다.배에 올라서니 조선소 주변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였다. 규모가 워낙 큰 탓에 선박의 한 쪽 끝에 서니 반대편 끝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다. 계단으로 조타실까지 오르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올해 상반기에 인도 예정인 이 선박은 약 2만2000마력의 이중연료(DF)엔진 2기를 장착해 눈길을 끌었다. 친환경 선박에 들어가는 이중연료 엔진은 기존 엔진 대비 단가가 20~30% 높아 이익률도 3~5%p 높다.이만수 조선해양사업부 조선PM 책임 매니저는 “국제 환경규제 이상을 충족시키기 위한 꾸준한 연구개발을 지속한 덕분에 LNG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며 “현재도 연료 효율은 높이고 탄소배출은 거의 없는 선박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