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 이유로 일거리 넘겨라 강요… 거부한 지게차 기사 '제명'건설사가 다른 단체와 장비대여 계약 맺자 레미콘 운송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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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가 2개의 현장에서 일하는 지게차 기사에게 1개의 영업현장을 지부 소속 간부에게 상납하라고 압박하는 등 소위 갑질 행위를 벌여 억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민주노총 부산건설기계지부가 부산지역 건설현장에서 구성사업자에 철수를 지시한 행위와 특정 사업자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건설사에 강요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69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8월부터 부산 북항오페라하우스 건설현장에서 작업하는 과정에서 부산건설기계지부로부터 작업을 중단하고 철수하라는 요구를 수차례 강요받았다고 신고했다.

    A씨는 건설사와 2019년 8월 1일부터 2021년 4월 30일까지 지게차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부산건설기계지부는 구성사업자인 개인이 2개 현장에서 일하는 경우 1개 현장은 지부 소속 지게차지회가 관리한다는 내부규칙을 근거로 지부의 간부를 현장에 투입할 것이라고 A씨에게 일방 통보했다.

    A씨는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부산건설기계지부는 2019년 11월 지부 간부의 지게차를 일방적으로 투입해 A씨를 강제로 현장에서 철수시켰다. 부산건설기계지부는 같은 해 12월 '조직의 질서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A씨를 지부에서 제명했다. A씨는 북항 오페라하우스 현장에서 철수한 이후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

    공정위는 사업자단체의 구성사업자는 독립된 사업자로서 거래상대방, 거래 여부, 거래내용 등의 사업활동을 자유롭게 선택·결정해야 하지만, 지부의 행위는 구성사업자의 사업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부산건설기계지부는 2021년 5월 태영건설이 하던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3단계 제1공구 조성공사와 지난해 2월 서희건설이 하던 부산부암지역주택조합 공동주택 신축공사에서도 레미콘 운송 중단 등을 통해 압력을 행사했다.

    서희건설의 수급사업자는 임대차계약을 맺은 지부 소속 굴착기 기사들이 굴착기 운행을 임의로 중단하자, 건설기계연명사업자협의회 소속 5개 대여업자들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부산건설기계지부는 지난해 2월 건설현장에서 집회를 열고 장비가 투입되지 못하도록 현장을 봉쇄했다. 레미콘 운송을 막아 레미콘 타설 공정을 중단시켰다. 서희건설이 진행하는 다른 건설현장에서 구성사업자들의 건설기계 운행도 중단시켰다.

    결국 건설사(수급사업자)는 지부의 요구사항을 수용해 기존 5개 대여업자의 굴착기 사용을 중단하고 지부 소속의 굴착기 등을 임차했다.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 울릉지회도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울릉지회는 2021년 2월쯤 임시총회에서 건설기계 임대단가를 결정해 소속 기사들에게 고지한 뒤 단가표를 울릉도 내 건설사와 울릉군청에 배포했다. 개별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건설기계 임대단가를 사업자단체가 결정한 것이다. 공정위는 사업자 간의 가격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울릉지회에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건설기계 대여사업자들이 공동의 이익증진을 위해 조직한 단체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이므로 공정거래법 적용대상"이라며 " 건설기계대여 사업자단체가 경쟁사업자의 배제를 건설사에 강요한 행위를 제재함으로써 건설기계 대여시장의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