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바이오‧게임株 등 최근 IPO 부진 및 상장철회 이어져AC 1호 IPO 도전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삼고초려 끝 상장철회청약 미달 실권주 떠안는 증권사 이어 투자금 회수 문제도
  •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 속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작년의 고비를 딛고 도약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IPO를 진행한 리츠, 바이오주 등은 상장 과정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이밖에 상장 준비 중이었던 게임 기업과 액셀러레이터(AC) 기업은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올 1분기 IPO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 첫 상장 리츠로 주목받았던 한화리츠와 뒤를 이어 상장 도전장을 내민 삼성FN리츠는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서울 여의도 한화손해보험 본사 등 그룹 주요 부동산을 담은 한화리츠는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서 최종 경쟁률 0.53대 1로 미달이 발생했다. 최근 변동성 장세 속 리츠의 안정적 투자 매력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시장의 반응은 저조했다.

    강남권 대치타워와 시청역 인근 에스원빌딩을 기초로 발행되는 삼성FN리츠 또한 지난 28일 한화리츠보단 양호한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청약을 받은 일부 증권사에서 미달이 나오면서 여전히 투자 심리가 살아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 이날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앞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부진을 기록해 희망공모가(1만6000~2만1000원) 하단보다 3000원 낮게 공모가를 확정했다. 다만 일반 청약에서는 26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수요예측 부진을 다소 만회했다. 

    상장 계획을 철회하거나 연기한 기업도 많다. 국내 엑셀러레이터(AC) 1호 IPO에 도전했던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지난 2020년에 이어 최근 두 번째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10월 한국거래소의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올해 1분기 내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3차례 정정 요구를 받았고, 이에 기간 내 상장이 어렵다고 판단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게임 개발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와 골프장 운영 사업을 하는 골프존카운티를 비롯해 오아시스, 컬리, 케이뱅크 등 대어급 기업도 올해 들어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한 상태다.

    전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벤처캐피탈(VC) LB인베스트먼트만이 올해 1분기 상장 기업 중 유일하게 흥행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LB인베스트먼트는 기관 및 일반투자자 청약에서 잇따라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일반 청약에선 경쟁률 1165.8대 1을 기록, 역대 상장 VC 중에서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 기록을 경신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LB인베스트먼트를 제외하면 올 1분기 IPO 시장은 그야말로 얼어붙었다고 과언이 아니다"라며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조(兆) 단위의 대어급 IPO가 전무했다는 점이 가장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IPO 시장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면서 상장 주관을 맡았던 증권사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인수수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업에 대해 미리 투자한 투자금에 대한 회수 계획도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한화리츠의 경우 미달이 발생하면서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수십억원 규모의 실권주를 떠안았다. 인수회사인 SK증권은 의무보유 확약이 없어 실권주를 처분했다. 이들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추가 청약을 진행했으나, 최종적으로 미달이 발생해 실권주를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또한 대표 상장 주관사를 맡은 한국투자증권과 인수단으로 나선 DB금융투자의 실망감이 큰 상황이다. 회사가 상장 계획을 철회하면서 이들은 인수수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앞서 투자한 50억원가량의 투자금 회수 계획도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는 앞서 지난 2019년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 대해 각각 30억원, 20억원가량의 지분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이들은 회사가 상장한 뒤 해당 지분을 팔아 수익을 낼 계획이었으나, 투자금 회수가 무기한 연장된 셈이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최근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IPO 시장이 급랭한 상황에서 상장을 진행하는 회사가 적절한 가치를 평가받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기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당분간 IPO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부진한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