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GS→롯데→대우→포스코順…11개사 보유현금 12조에 불과'재무위험→경영리스크' 번질수…악성미분양 한달새 13.4% 급증 미분양관리지역 10→13곳 증가…사업자, 분양보증 사전심사 필수롯데건설 1.4조·태영건설 5600억…미분양위험지역 브릿지론 최다코오롱·동부, 유동화증권 11~12% 고금리…연관현장 미분양시 최악
  • ▲ 서울 성북구 한 재건축 현장. 사진=성재용 기자
    ▲ 서울 성북구 한 재건축 현장. 사진=성재용 기자
    지난해 건설업계에 몰아친 PF리스크가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PF우발채무가 보유유동성 8배에 달하는가 하면 PF리스크로 사업을 '손절'한 사례도 나왔다. 부동산시장 불확실성으로 이자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유동성확보 등 재무완충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주요건설사 11곳 부동산 PF우발채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94조원에 달한다. 책임준공 미이행시 채무인수(PF차입금액 혹은 약정한도액)·중도금대출·정비사업·일반도급사업 PF보증을 포함한 개발사업 우발채무다.

    건설사별로는 △현대건설 24조원 △GS건설 14조원 △롯데건설 12조원 △대우건설 10조원 △포스코건설 8조3000억원 △태영건설 7조5000억원 △HDC현대산업개발 6조원 △동부건설 3조4000억원 △KCC건설 3조2000억원 △코오롱글로벌 2조원 △HL디앤아이한라 1조5000억원 순이다.

    그러나 같은기간 이들 건설사 보유현금 유동성은 12조원에 불과하다.

    금융권에서는 부동산 경기침체가 현재보다 더 악화된다면 부동산 PF리스크는 건설사 재무위험에서 경영리스크로까지 덮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주택 미분양이 꺾이지 않고 증가하는 데다 집값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인허가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전날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통계를 보면 2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모두 7만5438가구로 전월대비 0.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증가건수는 미미할지 모르지만 악성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후 미분양은 8554가구로 전월대비 13.4%(1008가구) 급증했다.

    현재 미분양관리지역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제74차 미분양관리지역에서 관리지역은 종전 10곳에서 13곳으로 증가했다.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사업예정자는 해당지역에서 분양보증을 발급받기 위해서 사전심사를 거쳐야 한다.

    건설사중에서는 롯데건설과 태영건설이 미분양위험지역 브릿지론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미분양위험지역 브릿지론이 1조4000억원 규모다. △인천 4700억원 △대전 3900억원 △대구 3400억원 △기타지방 1500억원 순이다.

    태영건설 경우 위험지역 브릿지론이 5600억원 규모로 △대전 1900억원 △경남 김해시 1100억원 △경북 구미시 1400억원 △기타지방 1200억원 등이다.

    브릿지론은 건설사가 차주인 시행사에 연대보증이나 채무인수·자금보충을 통해 신용보강을 한다. 착공전 토지비와 초기사업비로 이용하는 브릿지론이 본PF로 넘어가지 못하면 건설사 우발채무로 번진다.

    실제 일부사업장에서는 부동산 PF우발채무로 인한 리스크가 현실화하기도 했다.

    앞서 대우건설은 울산 동구 일산동 '푸르지오'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브릿지론(제2금융 차입) 900억원 가운데 440억원을 자체자금으로 상환했다.

    분양경기 악화로 대주단이 PF관련 이자율, 수수료율 등 조건을 합의하지 못하면서다. 당장 440억원을 내놓기 어려운 건설사였다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사업을 진행하다가 더 큰 위기에 몰렸을 수도 있었다는 평이다.
  • ▲ 사진=강민석 기자
    ▲ 사진=강민석 기자
    나이스신평 측은 현시점에서는 PF우발채무에 대해 건설사들이 대응할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부동산 업황침체 장기화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분양위험지역이 확대하고 미입주가 늘어나면 요주의 PF우발채무 20조원이 위험군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신규 착공사업장 분양률이 저조할 경우 우발채무 위험도가 낮은 책임준공도 공사대금 미회수 등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을 가중하고 추가적인 재무부담을 가져올 수도 있다.

    홍세진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정부지원책 등이 건설사 단기유동성에는 도움을 주겠지만 결국 분양대금이 제대로 상환돼야 문제가 해결된다"며 "서울 및 수도권으로 수요가 쏠리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비수도권 유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이 크다. PF 지급보증 규모도 중요하지만 질적구성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최근 코오롱글로벌과 동부건설이 신용공여를 제공한 프로젝트파이낸싱 유동화증권(PF ABCP)이 두 자릿수 금리로 거래되면서 시장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PF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에이치오디엄제일차'와 '에코플로라' 등이 발행한 PF ABCP가 기업어음(CP) 유통시장에서 11~12%수준 금리로 거래됐다. 레고랜드 사태이후 한때 18~20%까지 올랐던 PF ABCP 금리는 시장안정대책 등에 힘입어 대부분 10% 아래로 내려온 점을 고려하면 고금리로 거래된 셈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PF ABCP가 높은 금리에 거래되는 것은 자금을 조달한 해당 PF사업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신용보강을 한 건설사나 증권사 신용도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에이치오디엄제일차'는 '두류야외음악당지역주택조합'이 PF사업자금을 빌리기 위해 만든 SPC다. PF대출로 대구 달서구 두류동 638-19번지 일대에 공동주택을 짓는 데 사용한다. 현대차증권 주관으로 대주단으로부터 자금을 빌린뒤 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ABCP를 발행했다.

    시공사인 동부건설은 PF대출에 책임준공 약정과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했다. 동부건설이 공사를 완료한뒤 준공허가를 받지 못하면 대출상환 책임을 지고 시행사가 대출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부족한 상환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계약이다. 때문에 이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ABCP는 신용공여를 제공한 동부건설 단기신용등급 'A3'와 연동한다.

    '에코플로라'는 더시티와 더파트너스라는 이름의 시행법인이 PF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이베스트투자증권 주관으로 만든 SPC다.

    에코플로라는 세종시 연기면 해밀리 주상복합 개발사업을 위한 PF대출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ABSTB)을 발행했다. 시공사인 코오롱글로벌이 PF대출에 책임준공약정과 자금보충 및 조건부 채무인수약정을 제공했다. 이 PF유동화증권 신용등급은 코오롱글로벌 단기신용등급과 같은 'A3+'로 평가됐다.

    증권업계 한 PF담당 임원은 "부동산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미분양과 미입주 리스크에 대한 위험회피 심리가 강하다"며 "고금리에 거래된 ABCP와 연관된 PF사업장은 미분양이나 미입주 우려가 큰 지방사업장으로 시장불안 심리가 금리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 악화 시나리오에 대비해 현금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신용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홍세진 나이스신평 수석연구원은 "PF우발채무와 자체 차입부담이 큰 건설사는 신용위험 확대여부에 대한 더욱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현금유동성과 재무여력 확보수준이 건설사 대응력 핵심요소인 만큼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1분기 기준 전국 종합·전문건설사 가운데 총 923곳이 폐업신고를 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794건에 비해 16.2%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지방비율이 높았다. 폐업건설사중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지방건설사가 547곳으로 60% 가까이 차지했다.

    금리인상이 지속하는 가운데 금융권 PF리스크 관리가 이어지면서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지방건설사부터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