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PBR 0.28~0.38배…역대급 저평가 상태대다수 악재 기반영…주주환원 정책 시행 등 반등 요소 산재증권주 배당 매력 하락‧수익원 찾기 난제…단기 회복 어려워
  •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 잇따른 대내외 금융 리스크로 은행주와 증권주가 동반 부진 중인 가운데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은행주는 주주환원 정책 확대 등 기대감으로 반등 기미를 엿보고 있지만, 증권주의 경우 당분간 반등을 모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기준 KRX 은행지수는 지난 한 달간 7.7% 하락했다. 이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인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카카오뱅크, 우리금융지주 등은 일제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같은 기간 국내 10개 증권사 지수로 구성된 KRX 증권지수 또한 6.3% 내렸다. 종목별로는 미래에셋증권(-13.1%), 한국금융지주(-12.1%), NH투자증권(-6.2%), 삼성증권(-4.4%), 키움증권(-2.1%) 등의 하락 폭이 컸다. 

    은행주와 증권주는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을 시작으로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 금융권을 덮친 글로벌 리스크 영향에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이들은 연초 실적 호전 및 배당 확대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했으나, 한 달 만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그러나 은행주의 경우 사실상 나올 수 있는 거의 모든 악재가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뱅크런으로 은행 시스템 리스크 우려가 이미 부각됐고, 국내 주요 금융지주가 약속한 주주환원 방침이 조기 시행되면 주가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8~0.38배를 기록, 역사적 하단 수준을 기록 중이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BPS)로 나눈 비율로,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주 주가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경기‧부동산 침체 우려 축소 및 건전성 우려 해소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연초 시장과 약속했던 주주환원 정책이 조기 시행된다면 주가 반등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 또한 "은행주 주가는 1월 초 배당락 직후 수준으로 하락한 데다 최근 글로벌 금융 불안 현상이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라며 "글로벌 은행주들의 주가도 반등하고 있는 점에서 국내 은행주에 대한 투심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은행주 주가 회복의 열쇠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외국인의 국내 은행주 순매수가 재개되지 않는 한 반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최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규제 강화에 따른 NIM 하락과 은행 수익성 악화, 향후 주주환원 정책 등을 우려한다"라며 "감독당국이 5월 중 싱가포르에서 금융지주사‧증권사 등 금융사들과 공동 IR을 진행할 예정인데, 이러한 외국인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 ▲ ⓒ유안타증권
    ▲ ⓒ유안타증권
    증권주의 경우 해외 금융 리스크 여파와 더불어 배당 매력이 사라진 점이 주가 부진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지난 한 달간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2.7%, 7.1%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국내 10대 증권사는 지난해 실적 부진 영향으로 올해 배당금을 지난해 대비 30% 안팎으로 축소했다. 증권주의 투자 매력 요소로 꼽히던 배당이 줄어들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들어 업황지표 반등이 나타나고 있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될 것으로 예상하나, 당분간 주가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1분기 증권업종 주가 반등의 제약 요건으로 작용했던 변수들이 당장 해결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라며 "1분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변수들의 지속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핵심 수익원인 기업금융(IB) 부문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라며 "증권사의 유동성 리스크는 완화됐지만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신용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주가의 반등을 제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신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딜 감소로 인한 수익성 저하도 증권사들의 우려 요인으로 읽힌다. 향후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존의 PF 익스포저의 건전성 악화뿐만 아니라 신규 PF 거래가 감소함에 따라 수익성이 저하되는 점도 우려 요인"이라며 "규제 때문이 아니라 시장 자체가 축소되는 양상이기 때문에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 연구원 또한 "하반기 부동산 PF의 잠재 리스크가 일부 현실화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라며 "부동산금융 역시 이런 환경에서 빠르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