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EPA, 조만간 규제안 발표국내 車업계에 큰 부담 우려일각에서는 현실가능성 지적
  • ▲ 바이든 정부가 조만간 자동차 탄소 배출 기준을 강화하는 규제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 바이든 정부가 조만간 자동차 탄소 배출 기준을 강화하는 규제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자동차 탄소 배출 기준을 강화하는 규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2032년까지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구성해야 하는 내용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조만간 승용차 및 소형트럭 탄소 배출 규제안을 발표한다. 

    2027~2032년 총 판매 차량의 배출가스 한도 제한을 통해 사실상 2032년까지 전체 차량의 3분의 2를 전기차로 강제하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규제안 발표를 앞두고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67% 목표치를 두고 업체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전기차 시장 추정치는 지난해 90만대로 전체 신차 중 6.6% 수준”이라며 “EPA의 2032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판매가 1235만대로 증가해야 하는데 2022년 대비 13.7배 상승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전동화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미국 EPA 기준을 충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양사가 미국에 판매한 차량 중 전기차 비중은 합산 3.9%에 그쳤다. 
  • ▲ 이달 5일 송호성 기아 사장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는 모습. ⓒ기아
    ▲ 이달 5일 송호성 기아 사장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는 모습. ⓒ기아
    현대차는 지난해 3월 ‘2022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오는 2030년 미국 시장에서 전체 자동차 판매의 58%에 해당하는 5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점유율 11%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기아도 이달 5일 진행한 ‘2023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을 47%로 설정했다. 양사 모두 현재 계획대로라면 2032년 전기차 비중 67% 달성은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24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2030년 국내에서 151만대, 글로벌 전체 364만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미국 시장과 관련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 EPA 발표 내용을 보고 나서 향후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에 대한 전략 수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는 전동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고 미국 현지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앞두고 있다”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부터 준비하면 EPA 규제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르노코리아자동차, KG모빌리티, 한국지엠 등 3개사의 경우 사실상 EPA 대응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한국지엠의 경우 제너럴모터스(GM)으로부터 전기차 생산 배정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 ▲ KG모빌리티가 선보인 '토레스 EVX' 모습. ⓒKG모빌리티
    ▲ KG모빌리티가 선보인 '토레스 EVX' 모습.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는 르노그룹, 길리그룹와의 ‘오로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하이브리드 차량이 출시될 예정이다. 

    르노코리아는 전기차로 바로 전환하기보다 하이브리드차 등 과도기를 거친다는 계획이어서 본격적인 전동화 시점은 경쟁사보다 늦춰질 것으로 예측된다. 

    KG모빌리티는 지닌달 30일 2023 서울모빌리티쇼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중형 전기 SUV ‘토레스 EVX’를 공개했다. 이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준중형 전기 SUV KR10 ▲대형 전기 SUV F100 ▲전기 픽업트럭 O100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KG모빌리티의 경우 현대차그룹 등 글로벌 메이커에 전동화 경쟁력이 비해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전기차 개발을 위한 자금 마련도 향후 과제로 거론된다. 

    한편, EPA 규제가 현실화되기까지 변수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연구원은 “차기 행정부와 의회 권력이 공화당으로 넘어가게 되면 규제 수준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도 “바이든 정부가 전동화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무리하게 규제를 추진하는 부분도 있다”면서 “이를 감안하면 실제로 규제를 하겠다는 의도보다 상징적인 조치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