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발표 후 국제유가 10% 급등... 당분간 상승세 유지 전망수요 위축 속 정제마진은 5.3 달러까지 하락… 지난해와 ‘대조적’업계 "원유 도입비용 늘어나는데, 정작 제품수요가 뒤받쳐주지 못해”
  • ▲ SK이노베이션 울산 CLX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 SK이노베이션 울산 CLX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주요 산유국들의 전격적인 추가 감산조치에 국제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실적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유업계는 의외로 좋지 않은 분위기다. 고유가-고금리 기조 속 공급 축소보다 수요 감소 위기가 더 크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Dubai)는 이날 배럴당 87.36 달러를 나타냈다. 추가 감산조치 발표 직전인 지난달 31일보다 10% 넘게 올랐다. 

    앞서 지난 2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주요 산유국 협의체) 일부 회원국은 올해 5월부터 12월까지 하루 166만배럴 추가 감산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하루 기준 사우디 등 8개 OPEC 회원국 116만배럴과 러시아 50만배럴이며, 지난해 10월의 200만배럴 감산에 이어 이번 추가 감산을 합하면 총 감산량은 세계 석유 수요의 3.7%인 366만배럴이다.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정제마진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정제마진은 정유사 수익의 바로미터다. 정유업계에선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5 달러로 본다.

    OPEC+ 감산 조치 발표 후인 4월 첫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5.3 달러를 기록, 전주(7.7)대비 떨어졌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과 싱가포르의 높은 재고 수준과 중국의 수요 회복이 예상 대비 지연됨에 따라 하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결국 수요 감소가 공급 축소를 뛰어넘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연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10.8 달러로, 2021년(3.4 달러) 대비 3배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당시 정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탄탄한 가운데 유가가 치솟아 정유사들은 큰 이익을 볼 수 있었다.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는 고가에 원유를 사와 정유제품을 더 비싸게 수출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냈다. 이들은 지난해 약 73조7400억원에 달하는 정유제품을 해외에 판매했으며, 덕분에 연 총 12조원이 넘는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반면 올해는 경기침체에 따라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가 급등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2월 당시만 해도 0~0.25%에 불과했다. 현재는 4.75~5.0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 전량을 수입하는 국내 정유업계에게 현재의 불경기 속 감산과 유가 상승은 좋지 않은 소식”이라며 “원유 도입비용은 늘어나는데 정작 제품수요와 제품가격이 이를 받쳐주지 않는 불균형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