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개월 공보의 대신 의대 재학 중 18개월 현역병 가는 추세농어촌, 산간·벽지 공보의 부족 현실로… 무너지는 지방의료신정환 대공협 회장 "현실적 대안, 복무기간 24개월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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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개월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공보의)를 택하는 대신 차라리 의대생일 때 18개월 현역병으로 가겠다는 추세다. 군 보건소, 읍·면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면서 코로나19와 같은 국가 재난 발생시 궂은일을 도맡고 있는 시골의사 공백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신규 편입한 공보의는 의과 450명, 치과 249명, 한의과 407명 등 1106명인데 복무가 만료되는 인원은 1290명이다. 

    매달, 매년 그 숫자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전체 공보의는 3360명에서 이달 3176명이 된다. 특히 의과 신규 편입 공보의 수는 2017년 814명에서 올해 450명으로 45%가 줄었다. 
     
    현재 각 지자체는 공보의 신규 배치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 숫자가 줄어든 탓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보건소, 보건지소 기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결국 의료체계가 취약한 지역의 고령자들은 멀리 떨어진 의료기관을 찾아야만 한다. 

    공보의 부족 현상이 나타난 이유 중 하나는 지난 2005년 의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인해 군필자 입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의과대학 체제로 바뀌었지만 그 여파가 지속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보의 대신 현역병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시간과 경력관리 차원에서 36개월 근무에 3주 훈련을 받는 공보의와 비교해 18개월 현역병으로 다녀오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어렵게 돌아가고 있지만 공보의 문제 해결책은 간단하다. 현역병과 비교해 공보의 선택이 합리적일 수 있도록 근무조건 개선이 이뤄지는 것이다. 
  • ▲ 신정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 신정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 37개월→ 24개월 단축… 공보의 역할론 재정립

    19일 신정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현역병은 복무기간이 18개월로 줄었고 월급도 200만원까지 올리겠다고 발표됐는데, 이에 비해 공보의 근무여건은 제자리에 머물렀다"며 "복무기간도 2배나 길고 월급도 일반의 기준 250만원 수준이라 유인 기전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보의는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임기제공무원으로 분류돼 봉급인상이 필요하지만 개선이 어려운 구조"라면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복무기간을 24개월로 줄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보의는 매년 3월 동시에 훈련소 입소 이후 각 보건소 등에 배치되는 일정으로 복무기간이 현역병 대비 길어도 2년으로 단축된다면 경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만 시행돼도 지금과 같은 공보의 부족 사태는 막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신 회장은 "의과 공보의는 일반의, 인턴의, 전문의 등으로 구분되는데 현실적으로 각자의 역량에 부합하는 형태의 근무가 이뤄지길 바란다"고도 제안했다. 

    일례로 지방 거점병원에서 근무하는 필수의료 전문의 부족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공보의 전문의가 배치된다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급여 수준 개선 등 별도의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 

    신 회장은 "각 지자체에서는 공보의 배치만을 중점과제로 삼고 있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라면서 "근본적인 역할론 강화를 위해서는 적절한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세부 지침과 기준이 정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