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침체, 이전 보다 심각" 불구 '감산' 효과 기대'기술 리더십', '지배적 시장 지위', '포트폴리오 다각화' 뒷받침 견고"마진율 하락 불가피하지만… 높은 재무 유연성 기반 부정적 영향 흡수 가능
  •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기존 'AA-'로 유지하는 동시에 메모리 반도체 사업 침체가 이전 상황보다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미중 갈등을 둘러싼 리스크에 노출돼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삼성전자의 장기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며 전망은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피치는 "회사의 기술 리더십과 지배적인 시장 지위,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가 지속적으로 뒷받침 되기 때문에 현재의 반도체 시장 침체기에도 삼성전자의 신용 프로필이 견고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피치는 삼성전자가 견조한 현금창출 능력을 갖췄고 적정한 수준의 주주환원을 시행하고 있는만큼 재무적 유연성 또한 견조할 것으로 봤다. 또한 이런 재무적 유연성이 높은 덕에 대구모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도 평했다.

    최근 심화된 메모리 반도체 시장 침체에 대해선 이전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피치는 진단했다. 미중 갈등이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으로 긴장도가 높아진 가운데 팬데믹 기간 동안 급증한 IT기기 수요로 이후 급격하게 수요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런 영향으로 올해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에서만 8조~9조 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도 전년 대비 35~40% 가량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D램과 낸드의 평균판매가격(ASP)이 출하량 증가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떨어진 영향인데, 이 같은 재고 누적 상황이 올 하반기는 돼야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피치는 올 하반기 이후 중국의 재개방으로 수요가 증가할 요인이 있는데다 최근 감산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전략에 따라 메모리 가격이 정상화되면서 메모리 사업이 회복에 나설 가능성을 제시했다.

    피치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업체들이 합리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어 현재의 큰 수급 불균형이 예상보다 일찍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D램 가격은 내년까지 안정화되고 낸드 가격은 스마트폰 비중 증가와 경쟁 심화로 추후 회복이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삼성이 현재 처해있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가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피치에서 특히 관심을 둔 부분은 미국이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통해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내세우며 삼성과 같은 중국에 투자한 기업들의 추가 투자를 막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치는 "삼성전자는 낸드 생산력(capa)의 약 40%를 중국 생산에 의존하고 있는데 미국이 이 곳에 추가적인 첨단 기술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며 "미국 당국으로부터 중국 시설에 칩 기술 공급할 수 있게 1년 면제를 받았고 최근 이를 1년 간 더 연장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추가적인 수출규제 강화나 이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가 중기적으론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했다.

    올해는 이처럼 주력인 메모리 사업이 주춤한 까닭에 삼성전자가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FCF)을 나타낼 수 밖에 없고 내년부턴 회복에 나설 것이라는게 피치의 결론이다. 지난해 27%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은 올해 20% 이하로 떨어질 수 밖에 없지만 삼성의 재무 유연성이 높고 순현금이 풍부해 영업악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