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조7666억설계사 모집 5292억의 10배 이상대면 채널보다 방카 비중 높아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지난해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6조원에 달하는 보험료 수입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새 4조3000억원이 불어난 것으로, 지난해 말 채권시장 경색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보험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저축성 보험 판매에 열을 올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시장금리 변동 시 고금리 저축성 보험 판매에 대한 역마진을 걱정하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에 지난해 8개 외국계 생보사(동양·라이나·메트라이프·BNP파리바카디프·ABL·AIA·처브라이프·푸본현대생명 등)가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거둬들인 보험료 수입은 5조766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조4475억원)의 4배에 달하는데, 설계사를 통한 보험료 수입(5292억원)의 11배에 이른다.

    방카슈랑스는 은행과 보험사가 상호 제휴와 업무 협력을 통해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로, 은행과 보험을 결합한 말이다. 보험사가 다른 금융 부문의 판매채널을 이용해 자사 상품을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외국계 보험사로서는 설계사를 통한 대면 영업 등에 한계가 있다보니 주로 방카슈랑스 채널을 이용해 왔다. 다만 지난해는 유독 방카슈랑스 보험료 수입이 크게 늘었다.

    구체적으로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대주주인 동양생명은 지난해 3조5809억원의 보험료 수입을 방카슈랑스를 통해 거뒀다. 이는 지난해 동양생명 전체 보험료 수입의 75.9%에 해당하는 것으로, 2011년 1234억원에서 무려 3조4575억원이나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한 ABL생명 역시 지난해 방카슈랑스를 통해 5176억원의 보험료 수입을 얻었다. 이는 전년 대비 3073억원 증가한 것으로 ABL생명 전체 보험료 수입의 78.7%에 달한다. 

    대만 푸본생명이 대주주인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1조3096억원의 보험료를 은행을 통해 걷어들였다. 이 역시 푸본현대생명 보험료 수입의 81.9%에 해당한다.

    반면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지난해 방카슈랑스로 184억원의 보험료 수입을 거뒀는데 1년새 1029억원이나 줄었다. 이에 따라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지난해 8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외국계 보험사들의 방카슈랑스 판매가 급증한 것은 지난해 퇴직연금 및 저축성보험 만기에 따라 현금확보를 위해 생보사들이 고금리 저축보험을 잇따라 판매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동양생명 5.95%, 푸본현대생명 5.9% 등 6% 금리에 가까운 저축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업계 내에서는 올해도 방카슈랑스 채널의 보험료 수익 쏠림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보험권의 자본성증권 조기·만기상환 규모는 4조원대에 이르고, 올해 만기가 도래한 저축보험금 역시 약 12조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추후 시장금리 변동을 감안 시 역마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보험상품의 이자가 자산을 운용한 보험사 수익률보다 낮으면 약속한 이자만큼 투자 이익을 보전하지 못하는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판매되는 저축성 상품은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하에서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올해 도입되는 새 회계제도를 대비하기 위해 보장성 중심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다"며 "시장금리가 내려가는 상황에서 저축성보험의 수익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어 지난해처럼 폭발적인 판매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