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양사 기업결합 시정조치 부과 조건부 승인‘대우’ 45년 만에 사라져…새 사명 ‘한화오션’ 유력‘엔진-선박’ 시너지 및 군함 시장 ‘불꽃 경쟁’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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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승인함에 따라 조선업계 판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 조선업계가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3강 체제였다면 앞으로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의 양강체제로 재편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 대해 함정 시장에서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차별 금지를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이번 승인 조건에는 ▲한화가 HD현대 등 경쟁사에 함정 부품을 공급할 때 가격이나 기술 정보를 차별 제공하는 행위 ▲한화가 거래 과정에서 취득한 이들 회사의 영업비밀을 계열사에 제공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의 시정조치가 포함됐다.공정위 승인에 따라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를 다음 달 중 마무리할 방침이다. 한화는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을 투입, 대우조선 신주를 인수하며 지분 49.3%를 확보하게 된다. 대규모 자금 유입으로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현재 1542.4%에서 418.6%로 크게 축소된다.이로써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 방산사업 중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가 된다. 사명과 관련해선 앞서 가등기 신청한 ‘한화조선해양’보다 ‘한화오션’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대우조선해양이란 이름도 4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1973년 대한조선공사 옥포 조선소로 출범해 1978년 대우그룹에 인수됐고, 대우조선공업주식회사로 바뀐 이후 40년 넘게 ‘대우’ 간판을 사용해 왔다.조선업계는 HD현대와 한화오션의 양강체제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STX중공업 인수를 추진 중으로, 자회사 HD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의 대형 엔진뿐 아니라 STX중공업의 중소형 엔진까지 제품군을 확대해 글로벌 엔진 시장에서의 사업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한화는 지난 2월 한화임팩트를 통해 선박용 엔진 제조사 HSD엔진 지분 33%를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HSD엔진 인수는 조만간 본계약을 거쳐 3분기 완료 예정으로, 이를 통해 한화는 ‘선박에서 엔진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루게 된다.한화오션의 탄생으로 조선업계의 양강구도가 갖춰진 가운데 군함 시장에서 HD현대와 한화오션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서 잠수함과 함정을 만들 수 있는 곳은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HJ중공업, SK오션플랜트 등 4곳뿐이다.방위사업청은 오는 5월 8000억원 규모의 충남급 호위함 5·6번함을, 하반기에는 1조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KSS-III Batch-II) 3번함 건조사업 발주할 예정이다. 아울러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사업도 계획하고 있다.양사는 그동안에도 군함 사업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HD현대 측은 군함 무기를 독과점 공급하는 한화가 대우조선을 합병하면 기술 정보나 가격을 차별해 다른 조선사의 군함 수주를 방해할 수 있다며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공정위에 이의를 제기했다.대우조선해양은 과거 2020년 KDDX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 직원이 자사의 개념설계를 빼돌렸음에도 HD현대가 사업을 따냈다며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HD현대가 기업결합 심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보고 항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HD현대중공업도 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관련 내용으로 2020년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고, 같은 해 말 방위사업청에도 이의를 제기했으나 모두 기각된 만큼 대우조선해양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조선업계 관계자는 “군함 시장은 사실상 HD현대와 대우조선 양강체제로,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로 주도권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공정위가 차별 금지를 전제로 승인한 만큼 가격경쟁력이나 기술 조건에서 대우조선이 유리하다고 단정 짓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한편 한화와 대우조선은 공정위의 시정조치 사항을 3년간 준수해야 하며, 공정위에 반기마다 이행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3년이 지나면 시장경쟁 환경·관련 법제도 등 변화를 점검해 시정조치의 연장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