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실손보험 손해율 개선대형-중소사 격차 더 커져메리츠 1조 순익 눈앞… MG‧하나손보 고전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지난해 고금리·고물가 등 국내·외 경제상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손해보험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매번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에서 손해율이 하락한 것이 주효했다.

    다만 업계 '빅5'라고 불리는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 등 상위권 보험사들의 점유율은 갈수록 치솟는 반면 중소 보험사의 점유율은 줄어들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역대급 실적을 빌미로 보험료 인하 압박이 거센 가운데 올 들어 손해율이 올라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실적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손보사들에게 올해는 새 보험상품,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보험시장을 변혁시킬 적기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한 해다.

    ◆'애물단지' 자보가 '효자' 등극=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손보사 31곳의 당기순이익은 5조474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조1489억원(26.6%) 증가한 규모로, 2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무엇보다 그동안 적자만 기록하던 자동차보험(이하 자보) 영업이익은 지난해 47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1%나 증가했다. 현대해상은 2021년 993억원이던 자보 영업손익이 지난해 1564억원으로, KB손보도 같은 기간 347억원에서 592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자보 손해율이 81.2%로 전년 대비 0.3%포인트(p) 하락하면서 이익이 늘었다. 손해율 안정화와 함께 보험가입대수 증가, 사업비율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 보험가입대수가 전년 대비 57만대 증가했고 사고율은 2021년 15.2% 대비 0.2%p 낮아졌다.

    이와 함께 손보사 대표 상품인 실손보험 적자를 크게 줄였다. 2021년 2조6888억원에 달했던 적자가 지난해 1조5892억원 적자로 1조원 가량 줄인 것이다. 이 역시 손해율이 전년(117.2%) 대비 12.4%p 줄어든 104.8%를 기록한 것이 주효했다.

    실손보험은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 3997만명으로 국민 보험으로 꼽힌다. 반면 보험사 입장에선 만년 적자로 전체 실적의 발목을 붙잡던 '애물단지'였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 비급여 과잉진료 방지를 위해 노력했고 자기부담률이 오르는 대신 보험료가 저렴한 '4세대 실손보험' 판매를 늘리면서 상황이 반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만큼의 역대급 실적은 아니더라도 올해 업황도 나쁘진 않을 것"이라며 "새 회계제도(IFRS17)와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의 도입으로 오히려 실적이 좋아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 ⓒ금융감독원
    ▲ ⓒ금융감독원
    ◆메리츠화재, 돋보인 보험영업 효율성= 지난해 손보사 '빅5' 모두 호실적을 거둔 가운데 메리츠화재가 유독 눈에 띈다. 무엇보다 국내 손보사 중 점유율 5위임에도 업계 3위인 8683억원의 순익을 거둬 '1조클럽'을 눈앞에 뒀다. 그것도 '효자' 상품으로 등극한 자보 점유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원수보험료가 10조7193억원으로 전년 대비 6.9% 증가했다. 보험사 매출을 의미하는 원수보험료 규모 자체는 다른 대형 보험사들보다 작지만 증가율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손보사 중 업계 1위인 삼성화재(21.5%)의 절반 수준인 11.5%의 점유율로 현재 업계 5위다. 다만 2019년 10.1%에서 1.4%p 상승하며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원수보험료 구성은 ▲장기 9조529억원 ▲자동차 8370억원 ▲특종 6119억원 ▲화재 756억원 ▲해상 540억원 ▲개인연금 878억원 등으로 나타난다. 자보 비중이 높은 다른 손보사와 달리 장기보험을 중심의 포트폴리오다.

    실제 자보 점유율만 놓고 보면 국내 손보사 중 4.2%에 불과하다. 삼성화재(29.8%), DB손보(22.4%), 현대해상(22.3%), KB손보(14.2%)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다만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경과손해액은 7조4202억원으로 손해율이 74.8% 수준이다. 국내 손보사 가운데 손해율이 70%대를 기록한 것은 메리츠화재가 유일하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163억원의 보험영업이익을 거둬 유일하게 순이익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보험사는 일반적으로 보험영업에서 발생한 적자를 '투자영업'으로 보전하는데 메리츠화재는 보험영업에서도 흑자를 본 것이다. 다른 대형 손보사와 달리 자보 비중을 낮추고 장기보험 중심의 효율성 높은 보험영업을 했다는 방증이다.

    메리츠화재는 자보에서 확보하지 못한 운용재원을 특별계정인 퇴직연금에서 거두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전까지 특별계정 운영을 중단했다가 10여년 만에 다시 전개한 것인데 지난해 3조8640억원을 새롭게 확보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회사의 강점인 장기 보장성보험 중심의 매출 전략으로 업계 상위 수준의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언더라이팅(인수심사) 강화와 효율적 사업비 절감 등으로 보험영업 부문에서 지속적 이익이 가능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 ▲ ⓒ금융감독원
    ▲ ⓒ금융감독원
    ◆손보사 대형-중소간 양극화 심화= 다만 업계 전반적으로 손해율이 개선됐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부 중소 손보사는 손해율이 악화됐다. 이에 따라 상위권 손보사와 중소 손보사의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MG손보의 지난해 자보 손해율은 116.4%로 전년보다 15.8%p 늘었다. 하나손보도 지난해 손해율이 94.5%로 같은 기간 7.8%p 늘었다. 흥국화재도 89%로 90%에 육박했다.

    이들 업체의 자보 원수보험료 점유율은 MG손보(0.1%), 흥국화재(0.7%), 하나손보(1.8%) 등 업계 최하위권이다. 시장점유율이 적은 탓에 큰 사고가 한번 나면 손해액이 많이 늘어나 손해율이 크게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하나손보는 지난해 적자 전환했다. 하나손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88억원 적자로 2021년 169억원에서 858억원이 줄었다. 보험영업이익이 885억원 적자로 1년 전(-390억원)보다 495억원이 빠졌데다 투자영업이익도 305억원으로 전년 665억원에서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매각에 나서고 있는 롯데손해보험 역시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30억원 적자로, 전년(1198억) 대비 153% 줄었다. 금리 인상 기조가 본격화된 지난해 유가증권 평가 손실 규모가 확대되면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중소형사는 사고율이 높은 고객층이 많고 대형사에 비해 보험금 지급이 커질 가능성도 크다보니 흑자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시장점유율이 10% 이상은 돼야 그나마 사업 효율성이 나지만 중소형사들은 그러지 못하다 보미 사실상 차보험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 ▲ ⓒ금융감독원
    ▲ ⓒ금융감독원
    ◆IFRS17 도입 손보사 전망 밝아= 올해부터 보험업계 새 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되면서 손보사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기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보험사에게는 괄목할만한 성장이 기대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장기보험을 취급하는 손보사 12개사의 작년 말 기준 재무제표 사전 공시를 취합한 결과, 새 회계기준을 도입하면 당기순이익이 기존 회계기준인 IFRS4 대비 4조7000억원에서 7조1000억원으로 51% 증가한다.

    손보사 자본은 28조7000억원에서 56조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채는 21% 줄어든다. 손보사의 상품 포트폴리오에는 고금리 상품이 없고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에 도움이 되는 보장성보험이 다수기 때문이다.

    결국 IFRS17 하에서 보험사의 실적은 보험영업이익과 직결되는 CSM로 판가름나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보나 실손 등 사실상 '공공재'처럼 취급돼 정부의 관리 압박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품보다는 보장성보험 위주의 상품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업계 한 전문가는 "앞서 코로나 사태 당시 유럽 손보사들은 사이버 보안 관련 보험과 친환경에너지 전환 보험, 대체불가토큰(NFT)·가상자산 등 무형자산 관련 보험에서 큰 성장을 거뒀다"면서 "다양한 상품 개발이외에도 AI 등 다양한 기술력을 앞세워 보험금 지급 관리, 운영효율 등을 개선시켜 나가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