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대 적자 불구, 570명에 500억 사내 대출기재부 '혁신 지침' 위반… 금리 더 '낮고' 한도 '높게'올 전기료 총 21.1원 인상… 한전 자구책 진실성 '의심'
  • ▲ 한국전력.ⓒ연합뉴스
    ▲ 한국전력.ⓒ연합뉴스
    지난해 역대 최대 적자를 낸 한국전력공사가 정작 직원들에겐 저금리로 500억 원에 달하는 사내 대출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방만 경영을 막기 위해 마련한 지침을 위반하면서까지 금리를 낮추고 지원 한도를 키웠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기재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한전은 직원들의 '주택 구입' 대출에 연 3%의 금리로 최대 1억 원을, '임차 목적' 대출에 연 2.5%의 금리로 최대 8000만 원을 지원했다. 사내 대출을 받은 직원은 총 570명, 대출금 총액은 469억6500만 원에 달한다.

    한전은 이런 사내 대출을 제공하기 위해 기재부의 지침마저 위반했다. 앞서 기재부는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막기 위한 취지로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을 제정했다. 이 지침의 제46조 5항에선 대출 이자율은 한국은행이 공표하는 '은행가계자금대출금리'를 하한으로 하고, 대출한도는 주택자금 7000만 원을 상한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한은이 공표한 은행가계자금대출금리는 연 5.34%로 확인됐다. 한전은 이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해 지침을 어겼다. 대출 한도도 7000만 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한전의 사내 대출 규모는 전년(508억 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금리 상승과 관계 없이 2021년과 동일한 조건(연 2.5~3%)으로 직원들에게 대출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런 행태는 한전 뿐 아니라, 한전 자회사에서도 벌어졌다. 지난해 한전KPS는 연 2~2.5%의 금리로 총 83명의 직원에게 최대 1억5000만 원을 대출해줬다. 한국가스공사는 연 3.46%의 금리로 78명의 직원에게 7000만 원의 한도를 지원했다. 대출금 총액은 각각 105억3290만 원, 46억8300만 원에 이른다.

    이는 다른 공공기관들이 지침을 준수하며 대출 규모를 줄인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공공기관 신규 사내 대출 규모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2065억 원에서 2021년 3349억 원까지 늘어났다. 이후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보가 공공기관 방만 경영 타진을 선포하면서 지난해 2115억 원으로 줄었다.

    일각에서는 한전의 이런 실태로 인해 최근 발표한 '고강도' 자구책마저 진실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전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서울 알짜 부동산 매각, 임원급 임금 동결·성과분 반납 등을 담은 자구책을 내놨다.

    한전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32조6000억 원의 적자를 낸 바 있다. 이에 줄곧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해 왔고, 정부가 이를 수용해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요금을 총 21.1원 올렸다.

    송 의원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바로잡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공기업들은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에너지 공기업은 환골탈태의 의지를 갖고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경영 건전화를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