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랩어카운트 수수료 수익 523억원…전년比 30.8%↓업계 신상품·서비스 출시 불구 7개월 연속 계약자산 감소세금융당국, 은행 투자일임업 허용 검토…증권업계 우려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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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가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증권사의 투자일임 관련 실적은 일제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랩어카운트(Wrap Account) 잔고가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3개 증권사의 투자일임 수수료 수입은 총 523억원으로 전년 동기(756억원) 대비 30.8% 감소했다.

    회사별로 보면 20억원 이상의 수수료 수익을 낸 상위 10개 증권사 중 유진투자증권을 제외한 모든 증권사의 1분기 수익이 일제히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일임 수수료 수익이 가장 큰 곳은 미래에셋증권으로 올해 1분기 150억원을 거뒀다. 이는 전년 대비 26.8% 감소한 수준이다. 

    2위인 하나증권은 4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1.3% 감소했다. 이밖에 ▲한국투자증권(76억→44억원) ▲삼성증권(66억→42억원) ▲신한투자증권(40억→34억원) ▲KB증권(36억→27억원) ▲메리츠증권(37억→22억원) ▲유안타증권(27억→21억원) 등의 실적이 줄었다.

    랩어카운트는 감싼다는 뜻의 영어 단어 '랩(wrap)'과 계좌를 의미하는 '어카운트(account)'가 결합한 말이다. 증권사와 고객이 투자일임 계약을 맺고 투자 성향에 따라 주식·채권·대체투자 상품 등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관리 상품이다. 

    랩어카운트 서비스는 수년 전부터 투자처를 다각화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지난해 각종 경기 불확실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자금이 지속해서 빠져나가고 있다.

    실제 랩어카운트 잔액은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일임형 랩어카운트 계약자산(잔액)은 110조8248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약 1조8267억원 감소했다. 랩어카운트 잔액은 앞서 지난 2월과 1월에도 각각 1조5861억원, 8805억원 감소하는 등 올해 들어 총 4조3000억원 가량이 줄어들었다.

    이 같은 자금 이탈의 배경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지난해 하반기 발생한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 등의 여파로 법인 고객들의 환매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개인 투자자들은 목돈을 랩어카운트에 예치하기보다는 안전한 고금리 예·적금 상품으로 갈아탄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매달 수조원씩 계약자산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했을 때 감소세가 둔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금 이탈세는 여전하다"라며 "이에 따라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부터 통화 긴축기조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랩어카운트도 재차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증권사들은 앞으로도 더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특화 상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업계는 다만 최근 은행권의 투자일임업 허용 여부가 향후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수익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은 최근 국내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해 은행권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은행들은 당국에 여러 차례 투자일임법 허용과 관련해 건의했으나 증권업계의 반발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올 3월 국민은행이 국내은행 최초로 당국으로부터 투자자문업 겸영을 승인받으면서 그동안 부동산 분야에서만 제공했던 투자자문 서비스를 증권사의 자문형 랩어카운트와 자산운용사의 자문형 펀드 등으로 확대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은행이 투자자문과 동시에 자산운용을 겸업하는 투자일임업에 진출한다면 증권사 입장에선 엄청난 경쟁 상대가 생기는 것"이라며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은 고객 및 자산 유치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