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성자산 14조원 돌파…‘경쟁력·주주가치 제고’ 과제현대LNG해운 인수 시 LNG운송업 재진출…사업 다각화김 대표, 1억10만원 주식 취득해 ‘책임경영’ 의지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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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배 HMM 대표가 두둑한 현금 기반 미래투자로 경쟁력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HMM의 민영화 절차 본격화와 해상운임 둔화 등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도 사업 다각화를 통해 기초체력과 주주가치를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올 3월 말 기준 기타금융자산을 포함해 총 14조1257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13조8327억원을 기록했던 현금성자산은 올 들어 더 불어 14조원을 돌파했다.

    김경배 대표는 지난해 3월 대표이사 취임과 동시에 회사 매각과 주가 회복이란 과제를 마주했다. 올해는 업황둔화에 따른 수익성 방어까지 이뤄야 해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전략적인 리더십 발휘가 요구되고 있다.

    김 대표는 회사의 중장기 투자 계획 이행에 집중하며 기초체력 다지기에 주력 중이다. 2026년까지 선복량을 120만TEU(현재 82만TEU) 규모로 확대하고, 벌크 선대를 55척(현재 32척)으로 확장해 컨테이너선 의존도를 낮추는 게 투자 계획의 골자다.

    HMM이 현대LNG해운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사업 다변화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대LNG해운은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10척을 보유한 국내 최대 LNG 수송 선사다. LNG(액화석유가스) 운반선도 오는 9일 새로 인도받는 2척을 포함해 총 6척을 운용한다.

    HMM은 최근 현대LNG해운 본입찰에서 3000억원대 초반을 매수 희망가로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사모펀드(PEE) IMM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 측 기대치가 7000억원 수준인 데 비춰 낮은 가격이다.

    다만 현대LNG해운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8년 누적 적자가 349억원에 달하는 등 수익성을 고려하면 HMM으로선 두둑이 보유한 현금와 별개로 3000억원대 이상을 써내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LNG해운은 지난해 121억원의 영업이익으로 9년 만에 흑자를 냈다.

    HMM이 현대LNG해운을 인수한다면 LNG운송업을 통해 컨테이너선 사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현대상선은 LNG 사업부 매각 당시 2029년까지 LNG운송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경업금지’ 조약을 맺었다. 이에 HMM은 현재 컨테이너선, 벌크선 사업은 가능하지만 LNG운송업은 할 수 없다.

    올 3월 말 기준 HMM의 선대는 컨테이너선 72척, 유조선(원유·제품선) 15척, 건화물선 13척, 다목적선 4척 등 총 104척이다. 올 들어 총 2433억원에 유조선 3척을 더 들여와 컨선 비중이 작년 말 71.3%에서 현재 69.2%로 떨어졌다. 현대LNG해운 인수 시 컨선 비중은 단번에 60%까지 낮아진다.

    HMM의 사업 다각화 노력은 현대LNG해운 입찰 전부터 계속돼왔다. 올 4월에는 GS칼텍스 원유를 향후 10년간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 운송하는 장기화물운송계약(CVC)을 6354억원에 체결했다. GS칼텍스와는 2019년 1909억원, 2021년 6264억원에 이어 올 들어 세 번째 신규 거래로 수년간 안정적인 수익처를 확보하게 됐다.

    HMM은 올해 대선(선박 임대) 사업도 새롭게 시작했다. HMM은 지난 3월 중국 광저우조선(GSI)과 자동차운반선 3척을 새로 건조하는 계약을 맺었다. HMM은 이 3척을 현대글로비스에 2025년부터 2041년까지 빌려주는 조건에 7956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김 대표는 자사주 매입으로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최근 총 1억10만원 규모의 HMM 보통주 5720주를 매수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자사주 취득을 요구한 데 화답한 셈으로, 향후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자신감으로도 해석된다.

    올해 HMM 실적은 해운업황 하락세에 따라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올해 매출은 9조3866억원, 영업이익은 1조2966억원으로 점쳐진다. 전년 대비 매출은 49.5%, 영업이익은 80.9%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13.8%로 추산돼 코로나19 기간 50% 이상으로 이례적으로 높았던 데에서 이익률 정상화가 예상된다.

    한편 현대LNG해운은 옛 현대상선(현 HMM)에서 갈라져 나왔다. 현대상선은 2014년 그룹 자구안에 따라 사모펀드(PEE) IMMPE에 LNG 사업부를 1조300억원에 매각했다. IMMPE가 현대LNG해운의 부채 5000억원을 떠안는 조건에 실제 투입한 금액은 5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