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절대 인상 못할 것이라 판단 말라"근원물가 4%대 근접… 인플레 불안요인 곳곳에캐나다·호주 등 인상 수순
  • ▲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뉴데일리
    ▲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뉴데일리
    한국은행의 긴축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국내 경제가 저성장에 접어든 데다 인플레이션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캐나다와 호주가 금리 동결 뒤 인상 수순을 밟으면서 한은 역시 물가 경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은행은 8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며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 밝혔다. 

    특히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보고서는 "추가 인상 필요성은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할 것"이라 강조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50%로 세 차례 연속 동결했다. 

    이에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흘러나왔으나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를 일축했다.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서 이 총재는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한국이 절대로 (추가 인상을) 못할 것이라 판단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한은이 이처럼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데는 근원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더딘데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으나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여전히 4%대에 근접해 있다. 

    우리나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 4.2%→ 4월 3.7% →5월 3.3%까지 완연한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근원물가의 경우, 3월 4.0%→ 4월 4.0% → 5월 3.9% 등으로 변동 폭이 적다.  

    이러한 높은 근원물가 상승세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료·도시가스 요금 등의 인상이 줄줄이 예정된 만큼 향후 근원물가의 추가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보고서는 국내 경기 여건에서 성장세가 둔화된 점도 인플레이션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국내 경제는 민간소비 회복흐름에도 대중국 ·IT 부문을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지속돼 성장세 둔화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며 "중국 경제 회복이 내수 중심으로 이뤄져 수출 증가를 통한 긍정적 파급 효과가 미진하다"고 밝혔다.  

    실제 호주와 캐나다에서 물가 경로 변동에 따른 통화정책 전환이 잇따르면서 한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지난 6일 높은 물가에 기준금리를 2연속 깜짝 인상했다. 이로써 금리 인상이 종료되고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꺾여버렸다. RBA는 연 3.85%였던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해 연 4.10%로 결정했다. 호주의 물가 상승률이 6.8%까지 치솟자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다시 한 번 금리인상 카드를 집어든 셈이다. 

    캐나다 중앙은행(Boc) 역시 예상 밖 선택을 했다. 최근 세 차례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에 기준금리를 기존 4.50%에서 4.75%로 올려 잡았다. 이번에도 물가가 문제였다. 캐나다의 물가 상승세가 4.4%까지 치솟자 긴축으로 전환했다. 

    호주와 캐나다의 동결 후 재인상 기조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선택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 5.00~5.25% 수준에서 동결할 것이란 기대가 우세했다. 

    다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역시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이달에 한 차례 동결한 뒤 향후 인상 수순을 밟을 것이란 예상이 뒤를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