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2구역·판교테크원·GTX-B 등 초대형 딜 잇따라대출 성장 둔화 속 비이자이익이 실적 버팀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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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분기 국내 은행권이 초대형 기업금융(IB) 딜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비이자이익 방어에 성공했다.

    고금리·고환율 등 불리한 시장 여건 속에서도 예대마진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IB·수수료·투자금융 중심의 수익 다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KB·우리, 초대형 부동산 프로젝트 연달아 수주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에서는 조(兆) 단위 IB딜이 성사되고 있다. 

    KB증권과 우리은행은 지난달 1조2000억원 규모의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비 및 이주비 대출의 금융주선기관으로 공동 선정됐다.

    우리은행은 여기에 더해 1조2800억원 규모의 판교 테크원타워 선순위 담보대출 및 우선주 구조화 여신을 주선하며 단독 금융주선 지위를 확보했다.

    KB국민은행은 상반기 기준 IB딜 규모만 2조8600억원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선두를 차지했다.

    이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가 이어지면서 은행권 IB 부문 수수료와 이자이익 모두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량 사업장 중심의 리파이낸싱과 부동산 프로젝트 대출 수요가 회복되며 IB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이자마진 축소 국면에서도 수수료 중심의 비이자이익이 실적 방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인프라 금융 부문에서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3조870억원 규모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 민자사업의 대표 금융주선기관으로 금융 약정을 마무리했다. 이는 신한은행이 2019년 GTX-A 사업부터 구축해온 인프라 금융 역량의 연장선이다.

    신한은행은 GTX-A·B 노선을 비롯해 부산항 신항, 인천김포고속도로 등 지난 6년간 누적 8조원 가까운 인프라 금융 주선 실적을 쌓으며 ‘건설사 중심 구조’였던 국내 인프라 금융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GTX-B 노선은 수도권 교통망 확충과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할 핵심 사업”이라며 “은행이 자본 투입과 리스크 관리를 병행하며 금융 주도권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향후 데이터센터,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 인프라 영역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은행, 3분기 비이자이익 ‘견조’, 대출 성장은 완만

    3분기 주요 은행의 비이자이익은 신탁·펀드·방카슈랑스 등 수수료 수익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증권 계열사 실적도 예상보다 견조했다. 지난 7월 이후 거래대금이 둔화했지만, 9월 들어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이 50억원으로 환원되며 거래량이 회복,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4대 금융지주 3분기 순이익은 약 5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은행 마진이 예상보다 견조하고, 6·27 부동산 대책 이후 실제 대출 집행이 늘어나며 원화대출 성장률도 예상을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금리·환율 변동성으로 환차익과 매매평가손익은 소폭 감소했으나 대손비용 감소와 비이자이익 선방이 전체 수익성을 뒷받침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원화대출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4~1.8% 수준의 완만한 증가세에 그쳤다.

    대부분이 정책금융 및 기업대출 중심으로 확대됐으며, 우리은행은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성장률이 가장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대출 중심 영업 관행에 제동을 걸면서 은행의 이자이익은 정체된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은행권이 단기 금리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구조로 전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IB·인프라·수수료 중심의 비이자이익 확대가 향후 은행 실적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