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체계 이미 붕괴… 전면 체계개편 요구국무총리 산하 '소아 필수의료 살리기 특별위' 구성 제안 달빛병원 제도 무용지물… "휴일·야간 진료 더 줄어들 것"
  • ▲ 9일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소아진료 현장이 붕괴되고 있음을 밝혔다. ⓒ박근빈 기자
    ▲ 9일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소아진료 현장이 붕괴되고 있음을 밝혔다. ⓒ박근빈 기자
    "소아 진료체계 개선을 논하고 있지만 현장은 아비규환이다. 이대로면 전국 소아환자는 병원을 찾아 떠도는 난민 신세를 면할 수 없다. 탁상행정이 아닌 전면 개편이 절실하다."

    9일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소아진료 현장이 붕괴되고 있음을 밝히며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비롯한 다각적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박양동 아동병원협회장(창원 서울패밀리병원장)은 "아동병원이 지금처럼 소아 환아와 보호자 곁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당국이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알맹이 있는 소아 진료 대책 마련이 매우 절실하다"고 요구했다. 

    박 회장은 "소아 필수 의료시스템을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범부처의 대책 필요하다"며 "국무총리 산하에 소아 필수의료 살리기 특별위원회 구성해 하나씩 새로이 방법을 구상해야만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국 100여개의 아동병원이 소속된 협회가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 야간, 휴일 진료시간 단축을 결정하겠다는 곳이 71.4%에 달했다. 2~3개월 내 단축진료를 시행하겠다는 비율도 30%를 넘었다. 

    강은식 부회장(대전 봉키병원장)은 "진료시간 감축 이유가 진료 의사 수 감소와 근무직원 이탈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상급종합병원 중심의 소아진료 대책으로 아동병원 의료진 공백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근모 부회장(동탄 센트럴아동병원장) 역시 "3차 기관의 역할만 강화한다는 것은 쉽게 말해 급성 감염성 질환 환자들이 내원할 아동병원이 사라진다는 의미"라며 "전달체계의 허리를 담당하는 아동병원이 무너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달빛어린이병원 제도 역시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진단이다. 

    이홍준 정책이사(김포 아이제일병원장)는 "정부가 달빛어린이병원을 100곳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진료 현장에서의 반응은 오히려 지정 반납을 고려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늬만 달빛어린이병원이 아니라 본래의 취지에 맞게 운영할 수 있는 조건들이 충족돼야 가능하다"며 "정부가 직접 진료 현장을 살펴본 후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협회는 소아 진료시스템 정상화 방안으로 ▲어린이건강기본법 제정 ▲아동건강정책국 신설 및 1339조직 신설 ▲국립대 병원 소아응급 교수 확보를 위한 정원 조정 ▲1차, 2차, 3차 소아의료기관 역할 재정립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