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270원대 마감… 이틀 새 20원 넘게 하락6월 초순 무역적자 14억달러… 적자폭 1년3개월만에 최소역대급 엔저 지속… 수출기업 가격경쟁력↓·관광에도 타격
-
이번 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동결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환율이 내리고 무역수지 적자 폭이 줄어드는 등 수출전선에 모처럼 훈풍이 감돈다. 다만 역대급 엔저(엔화 가치 하락)가 이어지고 있어 수출 개선을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6.9원 내린 1271.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간 원/달러 환율이 20원 넘게 하락했다. 지난 2월13일(1277.3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오는 14일(현지시각)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원화가 강세를 보였다. 연방기금(FF) 금리 움직임을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프로그램에 따르면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75.8%, 베이비스텝(0.25%포인트(p) 인상) 가능성은 24.2%로 각각 집계됐다. 하루 새 동결을 점치는 전망이 2.2%p나 올랐다.그동안 고환율·고금리는 글로벌 경제를 옥죄는 주요 요인이었다. 환율이 내리면 통상 수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지만, 원자재 구매 부담이 줄어 수입에는 유리하다. 수입 부담 완화는 지난달까지 15개월 연속 이어진 무역수지 적자 개선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된 무역적자 규모는 273억4000만 달러다.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무역적자(478억 달러)의 57.2%에 해당한다.무역수지 개선은 정부가 전망한 하반기 경기 개선의 전제 조건이다. 김완기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지난 1일 '5월 수출입동향' 브리핑에서 '하반기에 무역수지부터 개선된 다음에 수출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관세청이 집계한 이달 1~10일 무역수지는 14억1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 수출액(통관 기준·잠정치)은 152억7100만 달러, 수입액은 166억8100만 달러였다. 지난달 같은 기간(41억71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이 줄었다. 관세청이 집계하는 매달 초순(1~10일) 통계 기준으로 지난해 3월(13억9200만 달러) 이후 1년3개월 만에 적자 폭이 가장 작았다.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6.5일)보다 조업일수가 0.5일 많긴 했으나, 수출액은 지난 2월(11.6%) 이후 4개월 만에 증가를 기록했다.
-
그러나 우리 기업의 수출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역대급 엔저라는 복병을 만났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10.97원이다. 전날(923.74원)보다 12.77원 내렸다.엔저 장기화는 수출 경쟁국인 국내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위험 요인이다. 석유화학·철강·기계·자동차 등은 엔저로 피해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산업분야다.경제전문가들은 일본이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는 배경에 엔저를 통해 수출을 늘려 장기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려는 복안이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1월17일 내놓은 '초엔저가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해 1~3분기 엔/달러 환율 상승률이 1%p 오를 때마다 수출가격이 0.41%p 떨어졌고, 수출물량은 0.2%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까지 엔/달러 환율 상승률이 17.9%였던 점을 참작해 9월까지 한국의 수출 감소액을 추산하면 총 168억 달러였다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이는 9월까지 누계한 무역적자 288억9000만 달러의 58.2%에 해당한다.엔저 악영향은 비단 제조업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를 맞아 활성화하는 관광 등 서비스 교역 부문에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본을 찾는 관광객은 실제로 늘고 있다. 항공통계를 보면 이달 1~10일 8만9847명이 국내 항공사의 인천~나리타(도쿄) 노선을 이용했다. 초순 기준으로 올 1월(6만6741명)에 비해 34.6%나 늘었다. 일본을 찾은 관광객들은 엔저 효과로 일본의 체감 물가가 한국보다 저렴해 쇼핑할 때도 유리하다는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