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정수기 핵심 기술 '4-웨이 밸브' 놓고 팽팽쿠쿠홈시스, 소송대리인 선임… 답변서 제출SK매직 "협의 여지 줬는데"… 업계 "시간끌기 전략"
  • ▲ ⓒSK매직, 쿠쿠홈시스
    ▲ ⓒSK매직, 쿠쿠홈시스
    SK매직과 쿠쿠홈시스의 얼음정수기 특허 분쟁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수차례 진정성 있는 대화와 협의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미온적 응대에 나서고 있다는 SK매직과, 촉박한 변론시간은 물론 경고장 외 별다른 협의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쿠쿠홈시스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쿠쿠홈시스측은 SK매직과 소송 관련, 소송대리인을 선임하고 지난 12일 답변서와 소송위임장을 제출했다. 답변서에는 시일이 부족해 추후 세부 내용을 정리해 제출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다. 

    법조 관계자는 “소송 대리인이 선임된 것으로 보아 (쿠쿠홈시스가) 본격 소송 준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간을 갖고 몇 주 안으로 상세 내용을 준비서면으로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얼음정수기 특허를 둘러싼 공방전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 5월 1일 SK매직은 쿠쿠홈시스를 상대로 한 특허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SK매직은 “쿠쿠홈시스의 ‘인앤아웃 아이스 10’S 정수기’와 ‘ZERO 100S 끓인물 냉온정 얼음정수기’가 당사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보고, 특허 권리 행사를 위해 쿠쿠홈시스에 판매 금지 경고장 발송 등을 통해 협의하고자 했으나 해결 의지가 높지 않아 소송을 진행 하게 됐다”고 밝혔다. 

    SK매직은 지난 2018년 물탱크없이 수도에 직접 연결해 사용하는 방식의 ‘직수형 냉온정 얼음정수기’를 국내최초로 출시했다. 

    해당 정수기에는 SK매직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얼음정수기 소형화 및 에너지 효율 극대화 기술인 ‘4-웨이 밸브(way valve)’이 적용됐다. 당시 SK매직은 이 기술을 담은 특허를 출원해 제품을 선뵀고, 작년 11월 진보성을 인정받아 ‘특허 제 10-2464193호’로 등록까지 받은 상태다. 

    그러나 지난 2019년 쿠쿠홈시스가 SK매직 특허와 비슷한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내놨다. ‘인앤아웃 아이스 10’s 정수기’와 ‘ZERO 100S 끓인물 냉온정 얼음정수기’였다. 

    이에 SK매직은 특허권 침해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경고장을 수차례 쿠쿠홈시스에 보내고 모니터링을 진행했지만 쿠쿠홈시스가 미온적 반응을 보임에 따라 소송을 결정했다.

    쿠쿠홈시스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쿠쿠홈시스 관계자는 “SK매직이 제기한 특허 침해가 사실과 다르다”면서 “4-웨이 밸브 특허는 액체 상태의 냉매를 탈빙에 사용하는 것을 특정해 등록받았지만 자사는 기체 상태의 냉매를 사용하는 방식이 다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쿠쿠홈시스는 SK매직의 특허 출원일 이전에 일본과 국내에 공개된 선행 기술이 존재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술의 차이점이 있는데 SK매직이 해명할 시간도 충분히 주지 않고 일방적인 특허 침해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 쿠쿠홈시스측 주장이다.

    특허업계에서는 SK매직의 주장에 좀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 SK매직이 기술을 개발한 후 다수의 기술·법률적 전문가들과 검토까지 거쳐 특허로 등록받았다는 점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선행 기술로부터 쉽게 생각해날 수 없다는 점을 인정받아야만 특허로 출원, 등록할 수 있다. 

    또한 특허법 제97조에 따르면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는 청구범위에 적혀 있는 사항에 의하여 정해진다. 

    그러나 SK매직은 특허 출원 때 냉매가 액체에 한하는 것으로 특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쿠쿠홈시스가 말하는 기체 상태의 냉매를 사용하는 방식과 다르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아울러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특허소송에 SK매직이 수차례 경고장만으로 시간을 벌어줬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SK매직은 3차례 경고장을 송부하는 등 협의의 여지를 남겨뒀지만 쿠쿠홈시스측은 소극적이고 형식적 답변만을 내놨다. 

    일례로 최초 1차 경고장에 대한 답변서를 통해 쿠쿠홈시스는 “특허 침해에 대한 내용을 검토 중에 있으며 추후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지만 SK매직의 얼음정수기 특허번호가 아닌 경쟁업체의 비데 특허번호를 기재했다. 

    무성의한 답변과 특허번호 오기재에도 SK매직은 2차 경고장을 발송했지만 쿠쿠홈시스는 5줄의 간략한 답변만을 내놨다. 

    지난 6월 1일 SK매직은 3차 경고장을 발송하고 광고 및 판매 즉각 중단을 요청했지만 이에 대한 답변서는 13일 기준 여전히 회신하지 않은 상태다. SK매직은 3차 경고장을 송부할 당시 답변서를 14일 이내 회산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쿠쿠홈시스는 “특허 침해 통보를 받고 내부적으로 검토하는데 시간이 적잖이 걸리는데 10일 정도의 짧은 기간을 주고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했다”면서 “또한 경고장 외 상호 구체적인 대화 등 협의를 위한 소통 시도는 전혀 없었다”고도 말했다. 

    업계에서는 쿠쿠홈시스가 시간끌기 전략 구사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올 여름 폭염이 예고돼있어 회사를 불문하고 얼음정수기 판매량은 크게 늘어난 상태다. 이에 당장 광고와 판매를 중단할 수 없는 쿠쿠홈시스가 당분간은 시간을 끌며 상황을 지켜볼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초 답변서에서 경쟁업체의 비데 특허번호가 있었다면 이것은 관련 특허 침해 관련 공문을 재사용하며 발생한 실수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허 침해 관련 경고장을 받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이어 “답변서에는 제대로 회신하지 않으면서 소송 대리인인을 선임한 것만 봐도 소송을 장기화하며 시간을 벌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