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이후 온오프라인서 브랜드 인지도 키웠지만 역부족 국내 비건 아이스크림 수요 부진에 지속가능한 구조 실패업계 "비건 시장 커졌지만 아이스크림 시장은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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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랜드이츠가 2021년 야심차게 선보인 비건 아이스크림 브랜드 '비긴스크림'이 시장에서 철수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당시 주력 사업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신성장동력으로 아이스크림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비건' 수요를 잡기엔 무리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이랜드이츠에 따르면 '비긴스크림'은 지난 4월 6일자로 공식 판매를 종료했다. 판매 종료 이후 '킴스클럽', '메르쎄시', '송포어스' 등에서 통해 재고 상품을 일괄 5900원에 떨이 판매를 진행했으며 현재는 모두 소진된 상태다. 

    '비긴스크림'은 '우유 없이 만든, DAIRY-free & VEGAN'을 콘셉트로 100% 비건 아이스크림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유지방은 0%, 칼로리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권고 기준(100㎖ 당 250Kcal)보다 30% 수준으로 낮춰 비건족의 입맛을 공략한다는 전략이었다. 

    출시 이후 온라인몰을 비롯해 킴스클럽 새벽 배송, 오프라인 시식회 등 적극적인 온·오프라인 프로모션으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해왔다. 그 결과 1년 만에 브랜드 기대 이상의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으나 지속 가능한 수익성을 창출하기엔 부족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랜드이츠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까지 1년 정도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고객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며 "다만 비건 아이스크림 시장이 초기 단계였던 탓에 지속 가능한 구조를 완성하지 못해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비건 아이스크림이 국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는 점도 철수 이유로 꼽힌다. 식품업계 전반에 비건 열풍이 불고 있지만 '아이스크림'에서 비건으로 승기를 잡기엔 아직 무리수가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랜드이츠의 비건 아이스크림 진출은 다소 시기상조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국내 식품 대기업에서 비건 아이스크림을 선보이고 있는 곳은 롯데웰푸드가 유일하다. 롯데웰푸드는 나뚜루를 통해 지난 2020년 국내 최초 비건 아이스크림 '캐슈바닐라'를 선보인데 이어 '퓨어코코넛', '초콜릿 아몬드바'를 출시했다. 지난해 9월에는 '그린티&초코넛츠'를 추가로 선보이면서 꾸준히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비건 제품이 차지하고 있는 매출 규모는 미미한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시장 추이를 지켜보는 단계다.

    아이스크림 시장 양대산맥인 빙그레는 아직까지 비건 제품 개발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적인 성장세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 자칫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비건 규모가 커지고 있긴 하지만 미국 등 북미 대비 비건에 대한 인식이 대중화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며 "비건 브랜드가 하나의 이슈로 떠오를 순 있지만 지속가능한 수익성을 창출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