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쌓인 적자 청구서… CGV 못지 않아롯데시네마-메가박스 부채비율 수천% 규모진짜 문제는 신종자본증권, 각각 1700억, 800억 규모
  • ▲ CJ CGV.ⓒ뉴데일리DB
    ▲ CJ CGV.ⓒ뉴데일리DB
    CJ CGV가 1조원대 자금조달을 추진하면서 적잖은 논란에 시달리고 있지만 멀티플렉스 업계에서는 남일이 아니다. 경쟁사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처지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쌓인 손실에 대한 청구서다. 멀티플렉스 업계가 약 3년간 쌓인 손실을 부채와 신종자본증권으로 돌려막는 과정에서 상당한 유동성 문제를 짊어지게 된 것이다. 결국은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역시 어떤 형태로 자본을 조달해야할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만 하는 처지다.

    28일 멀티플렉스 업계에 따르면 CJ CGV는 1조원 자본 확충을 발표한 이후 연일 주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상증자 과정에서 기존 CJ CGV의 총 주식수 4772만8537주를 넘는 7470만주를 신주로 발행키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신주 발행가를 당시 주가 1만4500원대의 절반에 불과한 7630원으로 책정하면서 기존 주주의 불이익이 불가피해졌다.

    CJ CGV는 이번 자본 확충으로 미래사업 강화에 나선다고 밝히고 있지만 본질은 부채 해소다. CJ CGV는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5700억원 중 3800억원을 채무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사실상 조달하는 현금 대부분을 빚 해소에 쓰는 셈이다. 

    멀티플렉스 업계에게 있어 이런 CJ CGV 상황은 남일 같지 않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를 운영하는 메가박스중앙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컬처웍스의 부채비율은 3474.56%에 달하고 메가박스중앙의 부채비율은 1137.75%다. 같은 기간 CJ CGV의 부채비율이 816%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양사의 재무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사실 이는 상당한 착시효과가 반영된 수치다. 근본적인 문제는 신종자본증권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정해진 채권이지만 만기가 30년 이상의 장기간이어서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받고 있다. 자본이 늘어날 경우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멀티플렉스 업계는 코로나19 기간 이 신종자본증권을 요긴하게 이용해왔다. 

    하지만 이는 착시효과에 가깝다. 신종자본증권의 금리가 일반 회사채보다 높은데다 2~3년 뒤 스텝업(금리 가산) 조항이 붙어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조기상환하는 콜옵션을 행사해야한다. 사실상 2~3년에 만기가 찾아오는 회사채와 다르지 않은 셈이다. 이를 포함할 경우 멀티플렉스업계의 부채비율은 천문학적으로 상승한다.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해왔던 곳이 CJ CGV다. 지난해 말 기준 CJ CGV의 신종자본증권 잔액은 1조원이 넘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곳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컬처웍스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총 17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이 발행됐고 메가박스중앙은 총 8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이 발행됐다. 이에 대한 부담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들 신종자본증권에 롯데컬처웍스는 4.2~5.6%의 금리를, 메가박스중앙은 4.4~4.5%의 금리를 책정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에만 각각 82억원, 36억원을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이자로 지급했다. 

    최근 롯데컬처웍스는 2%P의 금리가 가산되는 스텝업을 피하기 위해 4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에 콜옵션을 행사해 상환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는 12월과 내년 2월 다시 스텝업이 예정돼 있고 메가박스중앙 역시 내년 8월과 12월에 금리 1%P가 가산되는 스텝업이 예정돼 있다. 부채비율이 수천%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이를 온전히 상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쌓여온 손실을 피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앞다퉈 발행했던 청구서가 돌아오고 있는 것”이라며 “CJ CGV만이 아니라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도 시간문제일 뿐 결국은 자본 조달을 위한 대규모 수혈이 필연적”이라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각사의 대주주의 선택은 향후 관전포인트다. CJ CGV의 모회사인 CJ는 이번 유상증자 과정에서 600억원만 출자하기로 했다. 대신 자회사 CJ올리브네트웍스를 현물출자해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택했다.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는 모두 비상자인 상황이라 선택의 폭은 CJ CGV보다 훨씬 좁다. 롯데컬처웍스의 모회사인 롯데쇼핑과 메가박스중앙의 모회사 콘텐트리중앙는 현재까지 이들의 지원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