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바람 압구정외 '잠삼대청' 반대여론 확산송파구 25개구중 거래 1위…'엘리트' 상승세 주도집값 억제 기능 유명무실…인근 지역 '풍선 효과'개발사업 활발 한남·반포 제외…형평성 논란 가중
  • ▲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대형 현수막이 걸린 '잠실엘스'. 사진=박정환 기자
    ▲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대형 현수막이 걸린 '잠실엘스'. 사진=박정환 기자
    재건축이 가시화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노후단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토지거래허가제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집값은 못잡고 재산권만 침해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인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에서도 반대여론이 커지는 분위기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토지거래허가제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서울에선 △압구정 아파트지구 △여의도 아파트지구 △목동 택지개발지구 △성수 전략정비구역 △삼성동 △청담동 △대치동 △잠실동 8곳이 지정돼 있다.

    이들 구역에서 부동산을 거래하려면 관할시장이나 군수,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2년 실거주 목적으로만 주택을 살 수 있어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통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거래가 줄고 집값이 안정되는 수순을 밟지만 강남권에선 오히려 가격이 널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이달 첫째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에 이어 0.04% 오르며 3주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포함된 송파구는 0.22%에서 0.30%, 강남구는 0.13%에서 0.20%로 가파른 상승률을 보였다.

    송파구는 올 상반기 서울 25개자치구중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결과 송파구 거래량은 총 1451건으로 2위 노원구(1194건), 3위 강동구(1162건)를 훨씬 웃돌았다.

    송파구 집값상승은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인 잠실동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등 고가단지가 이끌었다.

    올초 19억9000만원에 거래되던 '리센츠' 전용 84㎡는 이달초 3억2500만원 오른 23억1500만원에 손바뀜 됐다.

    잠실동 B공인 관계자는 "리센츠 경우 올해초만 해도 20억원안팎으로 시세가 형성됐다가 상반기에만 60건이상 계약이 성사되면서 가격이 23억대로 올라섰다"며 "엘스나 트리지움 등 다른 대장주단지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규제지역에서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치동 대장주로 꼽히는 '개포우성1단지' 전용 158㎡는 최근 직전거래보다 4억6000만원 오른 42억8000만원에 매매계약서를 다시 썼다.

    시장에선 토지거래허가제가 주변지역 집값상승을 유도하는 '풍선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대치동 서쪽에 위치한 도곡동이다.

    대치동 학원가 수요가 옮겨온 이곳은 최근 매매수요가 늘면서 거래량과 시세 모두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역 대장주단지인 '도곡렉슬'은 올 상반기에만 62건이 거래됐다. 해당단지 전용 84㎡는 한달새 1억5000만원 오른 27억5000만원(19층)에 손바뀜 됐다.

    대치동 Y공인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를 통해 수요를 일시적으로 억눌러도 결국 주변단지와 키맞추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가격이 자동조절되고 있다"며 "집값은 집값대로 오르고 상속이나 이사 등으로 매매가 불가피한 사람의 재산권만 침해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서초구 반포동이 용산구 한남동 등 또다른 '부촌'과 형평성 문제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반포동이나 도곡동도 집값상승을 주도하는 지역이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빠져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며 "또 잠실 경우 '재건축에 따른 투기우려'가 규제이유로 지목됐는데 반포나 한남도 고가 정비사업이 다수 진행중이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