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지난달 브랜드 최초 '생성형 AI 글로벌 책임자' 선임아마존웹서비스, 올초 '생성형 AI 부사장' 임명마케팅·크리에이티브 업계, "유명무실·시기상조 vs 선견지명"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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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generative AI)가 마케팅·크리에이티브 업계에 혁신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브랜드와 광고대행사들은 AI 전문가들을 속속 영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 부문을 책임질 관리자 직급을 신설하는 브랜드도 등장하는 가운데, 이들의 역할에 관한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챗GPT(ChatGPT)가 등장한 이후 수많은 브랜드들이 소비자 반응을 살피기 위해 생성형 AI를 다각도로 테스트하기 시작했고 WPP, 덴츠(Dentsu), Huge, MNTN 등의 대행사들은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몇몇 브랜드들은 거기서 더 나아가 생성형 AI 전문 임원을 선임하고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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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Coca-Cola)는 지난 달 브랜드 최초의 생성형 AI 글로벌 책임자(global head of generative AI)로 코카콜라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전략 및 콘텐츠 책임자였던 프라틱 타카(Pratik Thakar)를 선임했다. 그는 코카콜라의 소비자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AI 기술 기반의 플랫폼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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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광고대행사 옴니콤(Omnicom)과 AI 기술 관련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mazon Web Services)는 올 초 바산스 필로민(Vasanth Philomin)을 생성형 AI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이전에도 아마존웹서비스에서 AI를 담당해왔다. 그의 직함에 '생성형'이 추가된 것은 아마존웹서비스가 추구하는 챗봇이나 콘텐츠 생성 AI와 같은 생성형 AI 부문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액센츄어(Accenture)도 '생성형 AI 트랜스포메이션 매니징 디렉터', '생성형 AI & 데브옵스(DevOps) 디렉터', '생성형 AI 리드'를 포함한 생성형 AI 관련 직책을 신설했다. 해당 직책의 구체적인 직무나 직책별 차이점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코카콜라·아마존웹서비스와 달리 임원급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CMI 미디어 그룹(CMI Media Group)의 올레그 코렌펠드(Oleg Korenfeld) 최고 기술 책임자(Chief Technology Officer, CTO)는 "생성형 AI 분야에는 너무 많은 개별 애플리케이션이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총괄할 단독 책임자를 임명하는 것은 지금으로써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애드주나 데이터(Adzuna data)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미국에서 AI 관련 능력을 요구하는 일자리 수는 약 17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3575개는 생성형 AI 기술을 요하고 있다.코렌필드 CTO는 "지금 당장은 생성형 AI 책임자가 필요하지 않다고 해도, 미래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결국, 생성형 AI 관련 부문을 모두 연결하고 관리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전통적인 광고대행사들은 생성형 AI를 업무에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생성형 AI에 특화된 포지션을 따로 두지는 않고 있다.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의 키스 존스톤(Keith Johnston) 부사장 겸 그룹 디렉터는 "생성형 AI 특화 직책을 마련하는 것은 시기상조일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GA의 닉 코롱스(Nick Coronges) 부사장 겸 CTO는 "클라이언트 중 일부는 생성형 AI 담당자를 임명하는 아이디어를 흥미롭게 받아들이고는 있으나, 우리는 아직까지 해당 직책 신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분더먼 톰프슨(Wunderman Thompson)의 알렉스 스티어(Alex Steer) 글로벌 최고 데이터 책임자(Chief Data Officer, CDO)는 "이미 일부 브랜드와 대행사들은 생성형 AI라는 타이틀을 사용하지만 않을 뿐, 생성형 AI 전략을 담당하는 포지션으로 직원들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전했다.많은 회사들이 직함에 '생성형 AI'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AI를 생성형 AI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더욱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며, 더욱 넓은 의미를 가진 직함을 사용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유용하기 때문이다.전통적인 광고대행사의 경우, 직함에 '생성형 AI'라는 타이틀 없이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에델만(Edelman)의 알렉시아 아다나(Alexia Adan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CD)는 생성형 AI와 관련한 다양한 실험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의 다프네 헤프너(Dafne Hefner)는 최고 전략 & 트랜스포메이션 책임자(Chief Strategy and Transformation Officer)로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를 포함한 테크 회사와의 파트너십을 주도하며 AI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일부 회사에서는 중역이 아닌 중간관리자급에만 'AI' 타이틀을 사용하고 있다. 유니레버(Unilever)는 지난 달 글로벌 AI 전략 리드에 샘 도버(Sam Dover)를 임명했으며, WPP의 페리 나이팅게일(Perry Nightingale) 크리에이티브 AI 수석 부사장은 2021년부터 최신 기술과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의 결합에 대한 연구를 담당해오고 있다. (WPP는 2021년 8월 AI 테크 회사인 사탈리아(Satalia)를 인수하고 사탈리아의 최고경영자(CEO)인 다니엘 훌(Daniel Hulme)을 최고 AI 책임자로 선임한 바 있다.)이처럼 생성형 AI 관련 업무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도 많은 회사들이 직함에 해당 용어를 포함시키기를 꺼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 때 광풍이 불었던 메타버스(Metaverse)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지난해 많은 브랜드와 대행사들이 최고 메타버스 책임자(Chief Metaverse Officer)를 앞다퉈 임명했지만, 이들은 역할에 대한 의문만 남긴 채 현재는 대부분 종적을 감췄다.이에 많은 회사들이 메타버스 때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생성형 AI'라는 구체적인 명칭을 섣불리 직함에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이에 대해 CMI 미디어 그룹의 코렌펠드 CTO는 "메타버스와 AI가 어느 정도 관련 돼 있는 것은 맞지만, AI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훨씬 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메타버스는 다소 단순하지만, AI는 더욱 폭넓고 광범위하다"고 덧붙였다.업계 최초로 생성형 AI 전문 임원을 내세운 코카콜라와 아마존웹서비스의 결정이 몇 년 후 '선견지명'으로 회자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