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된 적자에 추가 투자 자금 확보 실패하면서 6월 10일자로 폐업 수순엠플랜잇과 영업 양수도 계약… 광고주 및 직원 고용 승계키로"오랜 시간 누적돼 온 광고 업계 구조의 한계 드러나… 업계 위기 계속될 것"
  • ▲ ©엠포스
    ▲ ©엠포스
    디지털 광고대행사 엠포스(eMFORCE)가 지속된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설립 25년 만에 폐업 수순을 밟는다. 지난해부터 국내 중소규모 대행사들의 폐업과 파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엠포스까지 문을 닫게 되면서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9일 브랜드브리프 취재 결과, 엠포스는 오는 6월 10일자로 기존 광고주들과 직원들의 고용 승계를 디지털 퍼포먼스 마케팅 전문 기업 엠플랜잇(MPLANIT) 측에 넘기고 폐업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윤미경 엠포스 대표는 최근 기존 광고주와 파트너사에 서한을 보내 엠포스의 폐업 사실을 전했다. 

    윤 대표는 "지난 몇 년간 광고 대행 시장은 과열경쟁으로 인한 이익률 저하, 한국 시장의 경제 침체가 이어지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2000년 설립 이래 수많은 어려운 상황들을 잘 이겨내며 여러분들과 함께 성장해 온 엠포스였으나 경기 불황 속 인력 이탈로 인한 조직 문제 등으로 지속된 경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상 최대의 적자 경영이 이어졌다"고 폐업에 이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엠포스는 참담한 심정으로 폐업을 결심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면서 "엠포스는 광고주 서비스 대응을 위한 담당 직원들의 고용 승계를 포함한 모든 서비스를 엠플랜잇으로 이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엠포스의 폐업으로 귀사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표자인 저 윤미경을 비롯한 엠포스의 경영진 모두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다시 한 번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엠포스는 엠플랜잇과 영업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기존 광고주 서비스 이관을 비롯해 엠포스 직원 고용 승계를 진행한다. 현재 엠포스에는 약 8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대다수는 엠플랜잇으로 자리를 옮기게 될 전망이다. 2019년 창립한 엠플랜잇은 마케팅과 플래닝, IT 기술을 접목한 퍼포먼스 마케팅 전문 에이전시다.

    엠포스는 2000년 삼성그룹 계열사의 공동 출자로 설립된 이후 2005년 삼성그룹 계열사의 보유 지분을 일본 온라인 마케팅 대행사 OPT로 매각하면서 OPT 자회사로 전환됐다. 이후 엠포스는 디지털 마케팅 전문기업으로 국내 광고 시장에서 탄탄히 자리잡았지만, 최근 들어 대행사 간 과도한 경쟁과 계속되는 경기 불황,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AI(인공지능)의 출현 등 급변하는 광고 시장 환경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 ▲ 윤미경 엠포스 대표이사. ©한국디지털광고협회
    ▲ 윤미경 엠포스 대표이사. ©한국디지털광고협회
    약 20년 간 경영자로서 엠포스를 이끌어 왔던 윤미경 대표는 지난해 일본 OPT 본사 지분을 전액 인수하는 등 재기를 꾀했으나, 얼어붙은 국내 투자 시장에서 추가 투자 자금 확보에 실패하면서 폐업이라는 마지막 결단을 내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광고대행사들의 파산이 잇따르면서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진데다 카드 시장의 여신 한도 관리가 강화된 것도 엠포스에 악재로 작용했다.

    중견기업으로 꼽혔던 엠포스의 폐업 소식에 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엠포스가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워낙 업력이 오래됐고 업계에서도 꽤 인정받는 회사였기에 갑작스러운 폐업 소식은 충격"이라며 "다른 중소형 광고대행사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야말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농심기획이 청산 절차를 밟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을 비롯해 갑작스럽게 폐업한 이루다크리에이티브와 인터스텔라,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디블렌트와 디노마드, 대규모 미지급 사태를 빚은 디디비코리아까지 국내 중소규모 광고대행사들의 경영난이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광고업계의 한 전문가는 "엠포스의 폐업은 단순히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 누적되어 온 업계 구조의 한계가 드러난 결과"라며 "광고회사가 '기획과 전략'보다 '매체 수수료'에 의존해 온 수익 구조, 클라이언트와의 불균형한 관계, 그리고 과도한 경쟁과 인력 소모는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고 그 균열이 이제야 비로소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엠포스는 그 경고의 시작일 뿐이며, 업계 전체가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더 큰 위기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윤미경 엠포스 대표는 이번 주 중으로 직접 광고주들을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폐업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3월 한국디지털광고협회 제 8대 회장으로 선출된 윤미경 대표는 당분간 협회 회장직은 유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