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주관사 사후관리 조치 강화…책임 전가 비판기업 부실 시 주관사 패널티…투자자 보호 실효성 물음표"주관사는 기업 경영권 없어…사후관리 책임 부담 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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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기술특례 기업 문호를 넓히면서 기업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들의 부담이 가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혁신 기업의 상장 과정에서 사후관리 책임을 증권사에 떠넘겼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 기술특례상장 문호를 넓히는 상장 제도 개선방안을 최종 확정 및 발표했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업이 기술의 혁신성이나 기업의 성장성을 인정받은 경우 최소 재무 요건(자기자본 10억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 90억원 이상)만으로 상장 심사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코스닥 시장에 활력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현재까지 150개사가 해당 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그러나 최근 특례상장으로 증시에 데뷔한 기업들이 줄줄이 관리종목 대상에 오르거나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면서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제기됐다. 

    실제 올해 1월 지난 2018년 상장한 유네코가 기술특례상장 기업 중 최초로 상장 폐지된 데 이어 셀리버리, 이노시스,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 등이 감사의견 거절 등을 이유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개선방안을 통해 부실기업의 상장을 방지하기로 했다. 기업의 특례상장 문턱을 낮춰주고 신속한 상장을 지원하는 대신, 주관사 책임을 강화해 사후관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당국은 특례 기업이 상장 후 2년 이내 관리 및 투자환기 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폐지될 경우, 주관 증권사에 향후 특례 상장 시 6개월의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부과하기로 했다. 

    풋백옵션은 상장 이후 일정 기간까지 주가가 공모가의 90%를 넘지 못할 경우 해당 주식을 주관 증권사가 매입하는 제도다.

    인수 주식 보호예수 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해 주관사 책임을 확대했다. 주관사별 기술특례상장 건수·수익률 등의 정보도 한국거래소에서 공시하도록 해 증권사들의 관련 역량 또한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주관사의 책임만을 높였다는 점이다. 이에 증권사에 책임을 묻는 것 만으론 부실기업의 상장을 걸러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앞세워 주관사에만 엄격한 잣대를 세우는 것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며 "주관사의 부담감만 높아지고 정작 상장 주관 효율성은 떨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관사가 상장 이후 기업의 경영권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술특례 기업의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건 과도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해당 제도가 시행될 경우 주관사들은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성장성 있는 기업을 유치하지 않고 안정적인 기업만 맡으려 할 수도 있다"라며 "이는 결국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모두 손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상장 기업의 부실 여부를 우선으로 심사하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기술 평가기관 등의 책임 또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장이 완료되기까지 평가기관과 금융당국의 여러 심사를 거치는데, 부실기업을 걸러내기 위해선 이들의 책임 또한 강화돼야 한다"라며 "상장 단계를 거치는 모든 이들이 함께 책임을 지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