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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HBM 성장전망…삼성·SK 시장 95% 점유

트렌드포스, 내년 HBM 성장률 105%로 상향 조정…기존 예상서 2배 이상 높여삼성·SK 자체 전망치에 힘실려…'생산능력 2배 확대' 효과내년 점유율 95%까지 늘려...설 자리 잃는 3위 마이크론

입력 2023-08-11 13:47 | 수정 2023-08-11 13:47

▲ HBM 시장 점유율 전망 ⓒ트렌드포스

내년 인공지능(AI) 서버 투자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기존 예상보다 훨씬 더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연간 50% 미만의 성장을 점쳤던 시장조사업체들도 전망치 상향 조정에 나서면서 HBM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제시했던 성장률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11일 반도체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HBM 공급이 연간 105% 증가할 것이란 새 전망치를 내놨다. 세계 1등 그래픽처리장치(GPU) 및 AI 반도체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를 비롯해 구글,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칩과 서버 설계에 나서면서 주문이 증가했고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HBM 제조사들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앞서 트렌드포스는 내년 HBM 시장이 50% 미만 수준에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AI 수요가 급증하면서 HBM 수요도 기대 이상으로 커지는 상황이라는 건 동일하지만 공급업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용량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50% 성장을 점친 것이다.

하지만 삼성과 SK가 폭발하는 HBM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 생산능력을 키울 것으로 자신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양사 모두 올해 4세대 HBM인 HBM3에 대한 시장 수요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고 고부가 제품인 HBM 판매를 늘려 메모리 반도체 시장 다운턴을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하며 투자를 집중키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이미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10억 기가비트(GB) 중반을 넘어서는 고객 수요를 확보했고 하반기 이후 추가 수주에 대비해 생산성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 HBM 생산능력은 올해 대비 최소 2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은 최근 엔비디아가 발표한 차세대 AI 칩인 'GH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에 탑재되는 HBM3의 새로운 공급사로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을 고객사로 유치하는 작업에 한창이고 이 중 일부와는 계약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을만큼 공격적으로 HBM 사업 확대에 나서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HBM3를 시장에 가장 먼저 선보인 선두주자인 동시에 그간 HBM에 집중적인 투자와 연구·개발(R&D)을 이어온만큼 고객사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면서 인정받은 기술력으로 내년부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시장에 나설 채비로 분주하다.

SK하이닉스도 지난달 2분기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과 이에 앞서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테크 세미나'를 통해 내년 HBM 사업이 올해 대비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가 급증하는 HBM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연초 계획 대비 D램 설비투자(CAPEX)를 연간 15% 가량 늘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황과 실적 악화로 전체 설비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였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HBM 수요가 늘면서 이 분야에는 투자를 늘리는 의사결정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생산능력을 판가름하는 핵심인 'TSV(Through Silicon Via)'라는 패키징 라인을 신설하기 위해 낸드플래시 생산이 주로 이뤄지고 있는 충북 청주 팹(Fab) 유휴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D램 생산거점인 경기도 이천 팹엔 TSV 라인을 증설할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폭발하는 HB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과 SK가 전사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나서면서 이들이 주장하는 내년 생산능력 2배 확대, 사업 규모 2배 확대가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조사업체들도 기존 생산능력을 감안해 내렸던 HBM 시장 성장률 대신 확대된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더 큰 폭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에 결국 동의하는 모습이다.

생산능력을 확충한 삼성과 SK는 내년 HBM 시장에서 점유율도 더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렌드포스는 "삼성과 SK는 올해부터 내년 사이에 HBM 시장에서 유사한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며 "전체적으로는 약 95%가 될 것"이라고 봤다. SK하이닉스, 삼성에 이어 10% 점유율을 차지했던 마이크론은 두 회사가 더 공격적으로 시장을 차지하는 탓에 내년엔 입지가 더 쪼그라들어 5% 미만의 점유율에 만족해야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장소희 기자 soy08@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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