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위 대우산업개발 기업회생 신청…건설경기 침체·신사업 실패 영향현금 보유량 줄고 부채 늘고…경영 공백 장기화에 인력 유출도 심각중소·중견건설사 긴장…지방 미분양 물량 늘며 자금 회수 '빨간불'올 들어 8월까지 건설사 9곳 부도, 폐업 총 248건…'23년 만에 최대'
  • ▲ 서울 중구 소재 대우산업개발. ⓒ뉴데일리DB
    ▲ 서울 중구 소재 대우산업개발. ⓒ뉴데일리DB
    시공능력평가 75위 대우산업개발이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분양 경기 침체와 신사업 진출 실패, 오너 리스크 등 악재가 겹치면서 경영난이 심화하자 울며 겨자 먹기로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백기를 들었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리스크가 가중되는 가운데 70위권 중견건설사까지 흔들리자 '줄도산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택 브랜드 '이안'으로 알려진 대우산업개발은 최근 자재구매 대금과 하도급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시장 침체와 경영진 공백 여파로 재무 구조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악화하면서 이달 초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최대주주가 제출한 신청서 및 첨부서류 등을 심사한 뒤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대우산업개발의 법정관리행을 두고 예상했던 수순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대우산업개발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5억원으로, 전년동기 66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직전분기 73억원에 비해서는 65.5% 줄었다.

    특히 지난해 2분기 111억원 이후 3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면서 유동성 문제가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도 지속해서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363%로 전년동기 208%보다 155%p 급증했다.

    재정 악화는 인력 감축으로 이어졌다. 올해 1분기 기준 총 직원 수는 344명으로 1년새 80명 줄었다.

    연이은 외식 신사업 실패도 회사 재정을 갉아먹은 요인으로 꼽힌다. 대우산업개발은 건설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외식사업에 적극 진출해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2013년 프랑스 외식기업인 르 더프그룹과 베이커리브랜드 '브리오슈도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서울 여의도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이후 공격적으로 사업 규모를 확장해 2021년 점포 수를 20개까지 늘렸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동종업체간 경쟁 등으로 수익이 급감하면서 2년 만에 점포 수가 3곳으로 줄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사실상 철수 단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우산업개발이 외식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오바마버거'로 불리는 미국 햄버거 브랜드 '굿스터프이터리' 1호점을 냈지만 타 브랜드와의 차별화에 실패해 5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 ▲ 인천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 인천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잇따른 '오너 리스크'도 회사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은 16일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을 소환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상영 회장은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17차례에 걸쳐 회삿돈 140억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빼돌려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핵심 피의자인 한재준 전 대표이사 관련 검찰 조사도 진행 중이다. 한 전 대표는 회삿돈 85억여원을 아파트 구입 등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과 한 전 대표 등 전·현직 경영진으로 인한 배임 피해액은 약 560억원, 횡령 피해액은 약 2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대우산업개발의 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성장동력 회복 핵심은 결국 소프트웨어인데 검찰 조사로 경영진 공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고 핵심인력도 줄줄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정관리 영향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사업도 중단,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올해 1분기 기준 대우산업개발은 총 48개 사업장에서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이 중 '함안 지역주택조합 공동주택 신축' 등 9개 사업장의 경우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대우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충남 천안시 '봉명역 이안 센트럴'은 올해 6월 입주 예정이었지만 자잿값 상승으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준공이 5개월 밀렸다.

    시평순위 70위권 건설사마저 부도 위기에 내몰리자 업계는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외식사업 실패나 경영진 횡령·배임 등 특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70위권 중견건설사가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은 심각한 사안"이라며 "지방 현장이 대다수인 중소·중견사들은 미분양이 계속 쌓이면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어 줄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특히 PF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공사비까지 올라 아예 착공조차 못 하는 건설사들이 적잖다"고 덧붙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CON)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종합건설기업 폐업 건수는 총 248건으로 집계됐다. 2011년 상반기 310건 이래 최대치다.

    아예 문을 닫은 건설사도 증가 추세다. 올 들어 8월까지 부도난 건설업체는 모두 9곳으로, 2019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광표 건산연 연구위원은 "국내 건설업체의 약 99%가 중소기업임을 고려하면 경영난과 그에 따른 폐업 등 위기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정책자금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등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