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등서 진행 중인 역외채무 구조조정 협상 인정해달라 요청2021년 디폴트 위기 맞은 후 811억불 손실… 누적 빚 3300억불비구이위안 디폴트·부동산신탁 지급연기 등 中부동산위기 일파만파
  • ▲ 헝다 본사 건물.ⓒ연합뉴스
    ▲ 헝다 본사 건물.ⓒ연합뉴스
    지난 2021년 중국 부동산 버블(거품) 논란을 촉박한 부동산 개발기업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이 결국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최근 매출 기준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기업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의 부동산 위기 체감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

    17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디폴트 상태인 중국 헝다 그룹이 계열사인 텐허 홀딩스도 함께 미국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법 제15조(챕터 15)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헝다 그룹은 2021년 디폴트에 처하며 중국 부동산업계 위기의 진앙으로 지목되는 중국 내 3대 부동산 개발기업이다.

    '챕터 15'는 다른 국가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동안 미국 내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진행되는 파산 절차이다. 외국계 기업이 회생을 추진할 때 미국 내 채권자의 채무 변제 요구와 소송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는 조처다. 헝다 측은 청원서에서 홍콩과 케이맨 제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서 진행 중인 역외 채무에 대한 구조조정 협상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해진 바로는 채권자들은 이달 중 헝다 그룹 구조조정을 승인할지를 두고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헝다 측은 다음 달 첫째 주 홍콩과 버진아일랜드 법원의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파산법원의 심리는 다음 달 20일 열릴 예정이다.

    헝다그룹은 2021년 12월 처음으로 227억 달러(30조4000억 원쯤) 규모의 역외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 위기를 맞은 후 경영난에 빠진 상태다. 헝다는 현재 3300억 달러(442조 원쯤)의 빚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헝다는 최근 홍콩증시에 첫 디폴트 위기 이후 지난 2년간 811억 달러(108조 원쯤)의 손실을 보았다고 공시했다. 헝다 주식은 홍콩 증시에서 지난해 3월 이후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일각에선 최근 비구이위안 사태가 중국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비구이위안이 헝다보다 4배쯤 많은 부동산 프로젝트 물량이 있어서 디폴트가 현실화하면 중국 부동산 시장에 끼칠 충격파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비구이위안 관련 채권 거래는 거래가 잇따라 중단되며 파문이 확산하는 중이다. 설상가상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기업의 디폴트 위기는 금융권으로도 전이되는 양상이다. 지난 14일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신탁회사인 중룽(中融)국제신탁은 상하이증시 상장사인 진보(金博)홀딩스·난두(南都)물업, 셴헝(咸亨)인터내셔널 등 3개 사에 대해 만기가 된 상품의 현금 지급을 연기했다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