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BMS와 면역항암제 위탁생산 계약 롯데바이오, 인수한 BMS 공장 생산품목 겹쳐 '난감'출발점 다른 양 사, K바이오 지향점은 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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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 사
    글로벌 빅파마 BMS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와 면역항암제 위탁생산(CMO) 계약을 연이어 체결했다. 올해 연간 수주액, 연매출 등에서 최고의 성적표를 받아들 삼바로선 더할 나위 없는 가을의 풍성함이다. 

    반면 롯데바이오로직스(이하 롯바)가 맞고 있는 가을은 서늘하다. 롯바의 CDMO 사업 근간인 BMS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이하 시러큐스 공장) 품목이 삼바에 맡겨지는 셈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삼바는 BMS와 총 2억4200만달러(약 3213억원) 규모의 면역항암제 의약품을 2030년까지 위탁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곧이어 BMS의 요청에 따라 380억원 늘어난 3593억원으로 계약 규모가 증액됐다. 이를 통해 삼바는 4공장에서 7년 여간 BMS의 주력 제품인 면역항암제를 생산하며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하게 됐다. 

    눈여겨볼 점은 삼바가 현재까지 체결해온 빅파마와의 계약에서 지속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증액계약이 꾸준히 있어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노바티스의 경우 삼바와 지난해 6월 1000억원 규모의 의향서(LOI)를 체결한 이후 1년 여만인 올해 7월 생산규모를 약 5배(5110억원)로 키워 본계약을 체결했다. 

    그럼에도 삼바와 BMS의 이번 계약이 더 특별한 이유는 이들의 오랜 관계 때문이기도 하다. 삼바가 CMO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이후 사실상 공식적으로 처음 기술력을 인정한 빅파마가 BMS다. 이들은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파트너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삼바는 1공장이 가동되던 2013년 BMS와 CMO 계약을 체결해 2014년 4월 추가 계약을 맺었다. 

    이런 상황이 롯바로선 껄끄럽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CDMO 공룡으로의 육성을 준비하는 롯바로선 BMS와 삼바의 계약건이 생채기가 날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바이오산업 진출을 내세우며 출범시킨 롯바의 첫번째 성과가 BMS 시러큐스 공장을 1억6000만달러(약 2200억 원)에 인수한 것인데, 여기서 생산하는 면역항암제의 일부를 BMS가 경쟁사인 삼바에 넘긴 결과가 됐다. 

    그렇잖아도 롯바는 BMS 시러큐스 공장의 생산물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위기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여전히 수주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상황에서 삼바와 BMS의 계약은 위기설을 가중시키는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우려되는 점은 롯바의 위기감이 단기간의 이익을 부추기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롯바가 수주계약 성과에 급급해 임상규모의 소규모 수주계약에 나설 경우 국내 CMO 업계 전반의 위축으로도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바는 지난해 제약바이오 업계 연매출 3조원을 첫 돌파했고 올해는 영업이익 1조원 돌파라는 기록도 전망되고 있다. 롯바는 이제 겨우 발걸음을 떼며 글로벌 시장으로의 비상을 준비하는 때다. 멀리 뛰기 위해 움츠린 자세를 단기간의 이익을 위해 쉽게 펴선 안될 일이다. 

    삼바와 롯바의 간극은 BMS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회사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다만 K바이오가 지향하는 위치에서 같은 목표에 있다는 점은 서로 증명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