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여건 더 악화1~11일 1조2290억 순상환2조4000억 순발행 은행채와 대조기업들 은행으로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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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채가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회사채 발행 여건이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이달 들어 4대 은행을 중심으로 은행채가 2조 4000억원가량 순발행 기조를 보이고 있는 반면, 회사채는 1조 2000억원 순상환 상태다. 

    급등한 채권 금리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차환 대신 은행 대출에 몰리며 기업대출 규모도 매월 상승세다. 늘어난 기업대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은행들의 채권 추가 발행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기업들의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12일 금융투자협회 채권 발행통계에 따르면 1~12일 사이 은행채는 6조 7000억원 발행, 4조 2600억원 상환돼 순발행액 규모가 2조 44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6월(-1조 5000억원)과 7월(-4조 6700억원) 순상환 상태였던 은행채는 8월(3조 7800억원) 순발행으로 전환한 뒤 지난달엔 규모가 4조 6800억원으로 더 늘었다. 이달 들어서는 증가세가 가팔라 열흘 새 전월의 절반 규모에 도달했다.

    우리은행이 이번 달 세 차례 발행을 통해 총 8500억원을 조달했고, 그 다음으로 KB국민은행(6200억원), 신한은행(5800억원), 하나은행(3000억원) 순이었다. 4대 은행이 이달에만 총 2조 3500억원을 신규로 발행했다.

    은행채 발행 규모가 늘고 있는 것과 달리, 회사채는 신규 발행이 급감했다. 같은 기간 회사채는 상환액이 1조 5646억원이었으나 발행액은 3143억원에 그쳤다. 

    올해 1~3월 총 15조 2843억원 순발행 상태였던 회사채 시장은 4월(7285억원)부터 발행이 급감하더니 7월(-1조 2627억원) 이후 순상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채 발행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채권 금리가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보증 회사채(BBB) 5년물 금리는 10월 들어 10%를 돌파했다. 7월 초 대비 무려 40bp(1bp=0.01%p) 넘게 오른 셈이다.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9월말 기준 756조 3310억원으로 전월 대비 8조 8416억원 증가했다. 8월의 전월 대비 증가액도 8조 5974억원에 달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요를 채권시장 대신 은행들이 흡수하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자금 조달 편중이 회사채 발행 여건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더 나아가 가계대출 금리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이 발행하는 은행채는 신용등급이 'AAA'로 채권시장의 대표적인 우량채로 통한다. 미국 채권금리 상승 여파로 국내 채권금리도 동반 상승하는 가운데 안정적인 은행채 발행이 늘면 상대적으로 위험한 회사채에 대한 수요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울러 주요 은행들이 은행채를 경쟁적으로 발행하면서 채권의 수익률을 뜻하는 표면금리도 오르고 있다. 일례로 KB국민은행이 이달 발행한 4200억원 규모 무보증(AAA) 변동금리부사채 1년물의 가산금리는 43bp로 지난 8월 초 발행한 같은 조건의 1000억원 규모 1년물 가산금리(17bp) 대비 26bp나 올랐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도 연말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 규모가 46조원이 넘고, 작년 판매한 고금리 예금 상품 만기도 도래해 자금 마련이 필요하다"며 "여기에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한 자금 조달이 추가로 필요해 은행채 발행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채권 시장도 수요와 공급 법칙이 적용되는 만큼, 시중에 풀리는 은행채가 많으면 은행들 입장에선 금리를 높여 발행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면 주담대 등 가계대출 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