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 국채금리 상승 속 평가 손실 커질 전망KRX증권지수 한 달간 5% 가까이 하락…주가 내림세 뚜렷해외 부동산 PF 리스크 상존…손상차손‧충당금 추가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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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채권금리 상승으로 인한 평가 손실 리스크가 높아진 점이 증권사들의 수익성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이 여전히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와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 등 국내 5대 대형 증권사의 3분기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는 각각 7686억원, 98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 전망치였던 8484억원, 1조274억원에 비해 각각 9.4%, 4.0% 하향 조정된 수준이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증권가에선 주식 거래대금 확대와 차액결제거래(CFD) 및 PF 충당금 적립 규모 축소로 주요 증권사들이 기대 이상의 3분기 실적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실제 3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23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8000억원)보다 67.3% 증가했다. 지난 2분기보단 9.2%가량 늘었다. 2차전지, 반도체주 등 테마주 투자 광풍이 몰아치며 주식거래가 활발했던 영향이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방침으로 채권금리가 폭등하면서 증권주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고 있다. 채권 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증권사 채권 평가손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9월 FOMC 이후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4.8%를 돌파, 지난 2007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30년물 국채금리는 4.9%를 넘기기도 했다.

    채권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값은 하락해 증권사들의 채권 평가손익에 악영향을 준다. 게다가 증권사들이 많이 보유한 카드채나 기타 금융채 금리 오름폭은 국채금리 상승 폭보다 커 증권사 수익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이에 증권주들도 맥을 못 추고 있다. KRX 증권 지수는 한 달 전보다 4.7% 하락, 같은 기간 또 다른 금융 지수인 KRX 보험과 KRX 은행은 각각 3.0%, 1.1% 오른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부동산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는 점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해외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외 투자자산으로부터의 평가손실 및 손상차손과 PF 관련 충당금 적립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컨센서스를 밑돌 것"이라며 "해외 부동산 투자를 크게 집행했던 일부 회사들에는 자본이 많이 감소하는 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지난 7월 말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던 거래대금이 8월부턴 투자자예탁금과 함께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라며 "시장금리도 8월부터 반등세를 보이는 점도 실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 또한 "IB 관련 자산 형태 비중이 높은 증권사일수록 부동산 PF 익스포저도 높은 것으로 추정한다"라며 "국내 부동산 PF 기준으로는 한국투자증권이,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기준으로는 미래에셋증권이 상대적 노출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증권 업황은 내년 중순부터 개선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중순 이후 기준금리가 하락 사이클로 진입할 수 있다"라며 "2018 ~2019년 설정된 해외 부동산펀드 손상과 PF 대출 관련 충당금이 실적에 상당 부분 반영되며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채권 보유 규모와 운용자산 규모가 큰 증권사를 중심으로 평가이익 시현, 이자 수지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