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시 'IRA 폐지' 강력 주장바이든과 지지율 '오르락내리락'에 업계 긴장"美 투자한 K배터리 대선 정책 상황 예의주시"
  •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국내 배터리 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IRA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트럼프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전환 정책 방향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미국 시장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배터리 업체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7일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각종 연설과 SNS 등을 통해 전기차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언급하며 조 바이든 정책을 공격하고 있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전기차 전환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이 정책으로 전기차는 모두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미시간주의 위대한 자동차 산업은 사라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전기차는 미국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과 소비자 모두에게 재앙"이라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현재 두 후보의 지지율은 오르락내리락한 상황. IRA 정책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불확실성도 커지게 됐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발표된 미 폭스뉴스 여론조사 결과 내년 대선 가상 대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49%, 트럼프 전 대통령은 48% 지지를 얻어 오차범위 이내인 1%포인트 차가 났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올해 IRA 혜택이 본격 반영되면서 깜짝 실적을 거뒀다.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IRA에 따른 AMPC(생산세액공제) 혜택은 2155억원으로 1분기 1003억원, 2분기 1109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AMPC는 미국 내에서 생산 및 판매한 배터리 셀·모듈에 일정액의 보조금(셀 35달러/kWh, 모듈 10달러/kWh)을 받을 수 있는 IRA 법 조항이다. AMPC가 늘었다는 건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내 배터리 생산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의미다. 

    SK온 역시 AMPC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와 2분기 총 1670억원의 세제혜택을 받았다. 지난 2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86.9% 증가하며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영업손실도 2132억원 줄였다. 삼성SDI는 북미 생산 공장 가동이 시작되는 2025년부터 AMPC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AMPC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자 이들은 북미 지역 생산기지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합장공장을 세우고, 수조원의 투자를 이어갔다. 아직 짓고 있는 공장까지 마무리 되면 향후 AMPC만 총 3조원에 달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크게 꺾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독단적으로 IRA와 같은 큰 흐름의 정책을 완전히 폐지할 수 없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전기차가 글로벌 대세로 떠오르면서 시행중인 정책을 역행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될 경우 IRA 등 전기차 지원 정책이 흔들릴 여지는 충분히 있다"면서도 "글로벌 흐름을 역행하는 정책 줄기를 한번에 바꾸기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운 배터리 및 전기차 기업들은 미국 대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