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5월 82조 원에 브이엠웨어 주식 전부 인수계약FC HBA시장 독점화 우려… 제품가격 상승·선택권 제한·품질 저하
  •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82조 원의 대형 글로벌 기업결합(M&A)으로 관심을 모았던 브로드컴의 브이엠웨어 인수와 관련해 우리나라 경쟁당국이 앞으로 10년간 경쟁사에 대한 차별금지 등을 조건으로 결합을 승인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브로드컴 인코포레이티드가 브이엠웨어 인코포레이티드의 주식 전부를 취득하는 기업결합 건에 대해 시정조치(조건부 승인)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브로드컴은 지난 5월 브이엠웨어의 주식 전부를 610억 달러(한화 82조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지난 4일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브로드컴은 데이터센터, 셋톱박스, 모바일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통신 반도체를 제조·판매하고 있다. 전 세계 FC HBA 시장에서는 1위 사업자다. FC HBA는 FC 프로토콜(광섬유 케이블을 통한 데이터 전송)을 사용해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SAN) 간 연결을 지원하는 어댑터로, 해당 시장에서 브로드컴은 점유율 64.5%, 경쟁사인 마벨은 35.1%를 차지한다.

    브이엠웨어는 서버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 등을 제공한다. 전 세계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 1위 사업자다. 가상화 소프트웨어란 서버 위에 여러 개의 가상 머신을 생성함으로써 서버를 분리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기업결합은 미국에 본사를 둔 통신 반도체 중심의 하드웨어 업체(브로드컴)와 서버 가상화 시장의 선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브이엠웨어) 간 기업결합으로, 다른 업종의 업체가 결합하는 혼합결합에 해당한다.

    수요자인 기업들은 서버를 구매하면 브이엠웨어로부터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서버와 가상화 소프트웨어의 호환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 ▲ FC HBA와 가상화 소프트웨어 구현 과정 ⓒ공정위
    ▲ FC HBA와 가상화 소프트웨어 구현 과정 ⓒ공정위
    공정위는 브로드컴과 브이엠웨어의 결합이 호환성을 무기로 다른 경쟁사를 배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브이엠웨어의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는 업계 표준으로 통하기 때문에 호환성은 FC HBA 판매에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브이엠웨어가 경쟁사에게 FC HBA에 대한 호환성을 저해하거나 인증을 지연하는 경우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계속 이용하려면 브로드컴의 FC HBA로 전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기업결합 후 브이엠웨어의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가 브로드컴의 하드웨어와는 잘 호환되지만, 다른 경쟁사(마벨) 부품과는 제대로 호환되지 않아 경쟁사가 배제될 우려가 있는지 중점 검토했다.

    공정위는 심사 초기 단계부터 유럽연합(EU), 미국, 영국, 중국 등 해외 경쟁당국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국내외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의견을 청취했다. EU는 앞선 7월 호환성 보장 등을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후 브로드컴의 유일한 경쟁사인 마벨이 시장에서 배제되고,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어려워짐에 따라 브로드컴은 FC HBA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며 "그 결과 FC HBA 시장에서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구매자 선택권 제한, 품질 저하, 혁신 저해 등의 폐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공정위는 브로드컴에 앞으로 10년간 경쟁사와 신규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호환성을 보장하도록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경쟁사 등 제3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30일 이내에 브로드컴의 FC HBA 드라이버의 소스코드와 라이센스도 제공해야 한다.

    공정위는 "브이엠웨어가 지위를 이용해 호환성 저해 방식으로 전 세계 FC HBA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를 미연에 방지하고, 관련 생태계의 개방성과 혁신 환경을 보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국내 사업자의 가격 인상 등 직·간접적인 피해를 예방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