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가 논란 속 실적 하락·전기차 수요부진키움證 위탁증거금률 조정 따른 수급악재 겹쳐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 주가 반등 모멘텀될지 주목
  • 잘나가던 에코프로 그룹주가 겹악재에 시달리며 주가가 추락하고 있다. 고평가 논란 속에 양극재 판가 하락, 글로벌 전기차 수요 부진, 영풍제지 여파로 인한 위탁증거금률 조정에 따른 수급 악재에 더해 복역 중인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의 주식이 무단 매도되는 사건까지 연이어 악재가 터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애가 타고 있다. 오는 11월 상장을 목표로 한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주가 반전의 모멘텀이 될지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20분 현재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전일 대비 각각 1.23%, 0.43% 하락 중이다. 

    지난 7월25일 129만원대이던 에코프로의 주가는 지난 23일까지 3개월 새 43% 급락했다. 

    형제주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에이치엔도 마찬가지다. 에코프로비엠은 이 기간 46만원에서 23만1000원으로 50%, 에코프로에이치엔은 11만원에서 6만3800원으로 42% 떨어졌다.

    에코프로는 지난 7월 18일 황제주에 등극한 이후 두 달여간 100만원대에서 움직였지만 지난달 11일 90만원대로 내려온 뒤 줄곧 하락세다. 

    지속적인 주가 고평가 논란에도 승승장구하던 주가가 급격히 부러진 건 일론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차 성장에 대해 부정적인 사업 전망을 내놓으면서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3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세계 경제 상황의 어려움을 언급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하며 그 속에서 전기차 수요가 계속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테슬라의 3분기 매출(233억5000만달러)은 지난해 동기보다 9%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월가의 평균 예상치(241억달러)에 못 미쳤다. 

    에코프로 역시 부진한 실적을 공시했다. 올해 3분기 실적이 매출 1조9045억원, 영업이익 6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8.9% 줄었다. 양극재 원재료인 리튬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한 게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악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영풍제지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되며 리스크 관리가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은 키움증권은 지난 20일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의 위탁증거금률을 기존 40%에서 100%로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해당 종목은 현금으로만 매수할 수 있어 신용융자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신용융자 거래가 막히면 만기 연장도 불가능해져 해당 종목들에 대해 투자자들은 만기일까지 차입금을 상환하거나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

    에코프로그룹주에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렸던 만큼 이번 조치가 개인 수급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3일엔 복역 중인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의 주식 2995주가 무단 매도되는 사건까지 터졌다. 이 전 회장은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상황이다. 에코프로는 "해킹에 의해 벌어진 일로 추정된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국내 주요 기업 주주가 본인 모르게 지분이 매각됐다고 수사당국에 신고하는 건  이례적 일로, 이 전 회장 지분 매각을 둘러싼 진실에 대해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개인 투자자는 "최근 매수세까지 둔화된 상황에서 미수·신용 중단에, 기존 신용 매수자들의 연장도 불가능해지면 주가 추가하락은 불가피할 듯하다"면서 "이런 와중에 이동채 전 회장의 개인정보 해킹까지 벌어지다니, 울고 싶은데 뺨 때리는 격"이라고 토로했다.

    시장은 당분간 반등 모멘텀이 없는 에코프로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몸값이 3조원대에 달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오는 30일부터 5영업일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기업공개(IPO)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기 전부터 많은 투자자의 관심을 받아왔다.

    올해 IPO 대어 중 하나인 두산로보틱스가 수요예측과 일반 공모에 흥행하면서 좀처럼 움직임이 없던 지주사 두산이 수혜를 입고 상승 흐름을 탄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두산로보틱스 상장 기대감에 올랐던 두산 주가가 이후 하락하자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 이후 지주사인 에코프로의 주가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4일 11만3900원까지 올랐던 두산의 주가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지난 23일 기준 33.9% 급락한 상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매도' 의견과 목표주가 20만원을 유지하며 여전히 주가가 높다고 지적했다.

    한병화 연구원은 "이익 역성장의 주원인은 리튬 가격 하락에 따른 양극재 판가 하락"이라며 "4분기에도 양극재 수출 단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 전망은 바이든의 재선을 기반으로 한 것이며 트럼프가 당선되면 시장 위축은 불가피하다"며 "현 주가 수준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따른 과매수 영역"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