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30.95%에 3200억원에… YTN, 26년 만의 민영화 임박주당 인수 가격 4배 훌쩍… “방송‧콘텐츠사업 재진출 목표”노조 “미디어 분야에 어떤 전략과 비전 있나” 반발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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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그룹이 YTN의 공기업 지분 최종 인수 후보자로 확정되며 방송·콘텐츠 사업 재진출을 공식화했다. 다만 정치권과 노조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어서 유경선 회장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24일 업계에 따르면 유진그룹은 전날 이뤄진 YTN 지분 개찰에서 3199억원을 써내 YTN 공기업 지분의 최종 낙찰자가 됐다.매각 대상 지분은 한전KDN(21.43%)과 한국마사회(9.52%)를 합쳐 총 30.95%(1300만주)다. 이번 매각 입찰에는 한세실업, 원코리아미디어홀딩스(글로벌피스재단) 등이 참여해 유진그룹과 경쟁했다.유진그룹의 인수가는 YTN의 전체 시총 규모인 2500억원을 압도한다. 주당 인수 가격은 이날 종가(6000원)의 4배를 넘는다. 앞서 지난 20일 마감된 입찰 신청에서 한세실업, 통일교 관련 글로벌피스재단으로 압축된 3파전을 최고가 입찰 공세로 돌파한 것이다.유진그룹은 결과 직후 입장문을 통해 “창립 70년을 앞둔 유진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견그룹으로, 공정을 추구하는 언론의 역할과 신속, 정확을 추구하는 방송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YTN 지분인수를 통해 방송‧콘텐츠사업으로의 재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유진그룹이 정식으로 YTN 최대주주에 오르기 위해선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방통위는 방송법에 따라 위원회 의결을 거쳐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및 공익성의 실현 가능성 ▲사회적 신용 및 재정적 능력 ▲시청자의 권익 보호 등을 고려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매각 측과 계약 체결 및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 심사까지 고려하면, 2~3개월 후인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최종 인수 여부가 확정될 전망이다.YTN을 품에 안으면서 유진그룹은 17년 만에 다시 미디어 분야 사업 진출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유진그룹은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약 10년간 종합유선방송사업을 하며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이후 미디어 사업을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방송 분야에서는 1997년 부천·김포 지역 종합유선방송사(SO)인 드림씨티방송에 출자한 데 이어 은평방송도 인수하면서 부천·김포, 서울 은평 지역에서 40만명 가입자를 거느린 케이블TV 사업자로 활약한 바 있다. 그러다 2006년 CJ홈쇼핑에 3581억원에 지분을 매각한 뒤 방송 분야에서는 손을 뗐다.다만 정치권과 노조의 거센 반발은 넘어야 할 산이다. 언론노조 YTN지부 등은 YTN 지분 매각 결정부터 매각 주관사 선정, 매각 방식 결정 등 모든 과정이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는 낙찰 직후입장문을 내고 “유진그룹의 핵심 축인 유진투자증권은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분의 1토막 났고 매각설까지 돌았는데 무슨 돈으로 YTN 지분을 인수하려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이어 “유진그룹의 사업 확장은 대부분 인수·합병(M&A)을 통해 이뤄졌고 혁신보다 자본의 힘으로 기업을 샀다 팔았다 하며 몸집을 키웠다”며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미디어 분야에 어떤 전략과 비전이 있는지도 알려진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더불어민주당도 “준공영 방송을 부도덕한 민간기업에 팔아넘기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유진그룹은 계열사가 ‘주식 리딩방’에 연루된 의혹을 받을 뿐 아니라 검찰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사주가 검사에게 금품을 준 혐의로 실형이 확정돼 2017년 기획재정부의 복권 수탁사업자 선정에도 탈락한 전력이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이에 유경선 회장이 어떤 해결책 내놓을지 주목된다. 유진기업은 1954년 대흥제과를 제과사업을 시작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특히 유경선 회장은 2004년 그룹 회장직을 맡은 후 그해 고려시멘트, 2006년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을, 2007년 로젠택배와 하이마트, 2016년 동양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물류와 유통, 건설소재 등 사업 다각화를 진두지휘했다.그의 적극적인 행보를 바탕으로 유진그룹은 건설자재부터 금융까지 5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70위권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유 회장에게 ‘M&A의 귀재’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업계 관계자는 “유경선 회장이 오래전부터 언론사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었단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라면서 “최근 건자재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만큼 언론사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