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줄고 매물은 쌓이고주담대 금리 연내 7% 넘어 8% 찍을 가능성한은 주택가격전망지수 11개월만에 '하락'"금리상승 불안…매매가, 약세 돌아설 수"
  • ▲ 서울 시중은행에 대출 금리 안내문. 230924 ⓒ연합뉴스
    ▲ 서울 시중은행에 대출 금리 안내문. 230924 ⓒ연합뉴스
    "지금 아파트 매매가 잘 안 되는 분위기인데 거래량 자체가 기존과 달라지고 있습니다. 가격 상승폭은 축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우리 대출 금리까지 상승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대출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금씩 생기면서 다시 관망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입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

    서울 아파트 거래가 줄고 매물은 쌓이고 있다. 올초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이후 시장분위기가 살아나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집값 단기상승에 따른 피로감에 더해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7%선을 뚫는 등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매수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주담대 금리가 연내 다시 8%대로 올라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두 번째 하락장'이 도래했다는 분석이다.

    2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9월 아파트 거래량은 3327건으로 집계됐다. 이달 말까지 신고기한이 남았지만 10월 거래량이 731건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전월 3845건에 못 미칠 공산이 크다.

    거래가 줄면서 매물은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7월말 6만7242건에서 현재 7만5921건으로 3개월새 12.9% 증가했다. 이는 아파트값이 고점에 다시 가까워지면서 가격상승에 대한 부담이 커진 데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증가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동향 통계자료를 보면 10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값은 0.09% 오르며 22주연속 상승중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금리 기조로 대출이자 증가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늘면서 매수문의가 줄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설명이다.

    송파구 잠실동 H공인 대표는 "근래 몇달간 매매 거래가가 오르고 있지만 그만큼 매수 문의도 뜸해졌다"고 말했다.

    매수심리가 회복은 했지만 여전히 기준선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6일 기준 88.7로 지난주 88.4보다 0.3p 올랐다. 이 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0~200 사이의 점수로 나타낸다. 기준선인 100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집을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 ▲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231009 ⓒ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231009 ⓒ연합뉴스
    기준금리는 여섯 차례 연속 동결 중이지만 시중 대출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2차 하락장' 조짐이 보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국은행연합회가 공시한 9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는 3.82%를 기록하며 3개월만에 상승전환했다. 이에 시중은행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연 7%대를 뚫은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은행 변동형(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금리는 17일 기준 4.530~7.116%로 금리상단이 7%대로 올라왔다. 4월10일 기준 5대은행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4.18~6.22%였던 점을 고려하면 6개월여만에 금리상단이 0.896%p 오른 셈이다.

    문제는 주담대 금리가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여전히 기준금리를 3.75%까지 올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데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조절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며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 연말 주담대 금리가 8%대로 오를 수 있단 관측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1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상품의 금리감면율을 0.15%p 축소한데 이어 KB국민은행은 11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1~0.2%p 올렸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13일부터 주담대 우대금리를 각각 0.2%p씩 축소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년에 금리인하가 시작돼도 대출 금리가 빠르게 내려가진 않을 것으로 보여 차주들 높은 이자상환 부담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주택 매수심리 위축으로 거래시장이 얼어붙고 가격상승세도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10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8로 한달전보다 2p 떨어졌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1년뒤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하락을 예상한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해 11월(61) 역대 최저수준까지 떨어진뒤 10개월연속 오름세를 이어왔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팀장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등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주택 가격이 오르는 데에 한계가 있지 않나 생각한 소비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개월 뒤 금리 전망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뜻하는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28로 한달새 10p 급등했다. 지수 자체로만 보면 1월(132)이후 가장 높았고 상승폭도 2021년 3월(10p 상승) 이후 2년7개월만에 가장 컸다.

    황희진 팀장은 "미국이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하고 장기 국고채 금리도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이 당분간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지속할 것으로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에서도 고금리 기조 지속에 따른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추후 기준금리가 지금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높게 책정되는 경우 아파트 거래가 줄면서 가격도 보합 내지는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일부 외곽지역에선 하락하는 단지도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