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집값 상승폭 줄고 매수심리 위축…거래량 정체특례보금자리론 중지도 원인…아파트 가격 '롤러코스터''고덕자이' 84㎡ 11억→14억→10억…거래 줄며 매물적체지방 하락세 가속 우려…전문가들 "큰폭 하락장 없을 것"
  •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하반기 반등세를 보였던 부동산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집값 상승폭이 줄고 매수심리가 다시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단지 곳곳에서 하락거래가 속출하며 '2차 하락장' 초입에 접어들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고금리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과 급매 소진, 집값 고점 인식 등으로 각종 부동산 지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5월22일부터 19주 연속 오르고 있지만 상승폭은 점차 줄고 있다.

    9월 첫째주 0.13%를 기록한 상승률은 마지막주 0.10%로 내려앉았다. 이밖에 수도권과 5대광역시, 세종 등도 상승폭이 일제히 축소됐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89.3에서 89.2로 2주 연속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100)보다 수치가 낮을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거래량도 3000건대에 머물러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월 3186건으로 3000건을 넘긴 이후 △5월 3426건 △6월 3849건 △7월 3592건 △8월 3833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6000건대를 유지했던 지난해에 한참 못미치는 수치다.

    회복세를 보이던 시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금리다. 최근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형 금리는 연 4.27~7.099%를 기록했다. 최고금리가 7%를 넘어간 것은 9개월만이다.

    정부가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판매를 중지한 것도 시장을 가라앉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27일부터 부부 합산 연소득 1억원이하, 주택가격 6억원이하 조건이 요구되는 우대형 상품만 이용할 수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중단되면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기회가 줄어 매수세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중위 가격대 아파트들의 매수가 감소하면서 시장 내 가격 상승이 주춤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 ▲ 서울의 한 상가에 밀집한 공인중개업소.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상가에 밀집한 공인중개업소. ⓒ뉴데일리DB
    시장 불안정성이 심화하면서 아파트가격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 자이' 전용 84㎡ 매물은 지난달 10일 10억원(3층)에 매매계약서를 썼다. 두달 전 거래가인 14억4500만원(12층)보다 4억4500만원이나 빠진 액수다.

    해당 면적 매물은 올해 초 11억원대에 시세가 형성됐다가 하반기 14억원대까지 상승했고, 두달 만에 다시 1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센트라스' 59㎡ 매물 가격은 앞서 8월 13억9000만원(11층)으로 최고가를 찍었지만 한달만에 10억8500만원(3층)으로 3억원이상 하락했다.

    또한 노원구 월계동 '월계 센트럴 아이파크' 59㎡도 7월 올해 최고가인 8억원(9층)에 거래됐지만 이달 초엔 다시 6000만원 하락한 7억4000만원(21층)에 팔렸다.

    성동구 C공인 관계자는 "상반기 급매물 소진으로 실제 거래가격과 호가가 벌어지면서 매수자와 매도자간 '눈치보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관망세 속에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면서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나 거래량 같은 시장 지표의 상승세가 꺾이자 집주인들 사이에선 '2차 하락장'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강동구 M공인 관계자는 "더 늦기 전 매물을 팔고 싶어하는 집주인들과 달리 매수자들은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분위기라 매물이 조금씩 적체되는 양상"이라며 "남은 하반기에도 금리 부담이 지속되면 지금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던지는 집주인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어 지방의 가격 하락세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일각에서는 연착륙을 논하지만 그 효과는 부분적으로만 나타나고 있는 상황으로, 당분간 지역별·입지별 양극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전세계가 미국 금리에 끌려다니는 현 상황에서 국내 정책만으로 시장 불안정성을 완화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추가인상 가능성이 있지만 인상폭은 작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결과적으로 큰폭의 하락장보다는 거래 숨고르기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실수요자 입장에선 내집 마련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지방보다는 수도권 위주로 입지 전략을 딴 뒤 자기자본 비율을 높여 매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