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우수관로 등 기반시설 미비…연내승인 쉽지 않아조합·시공단 "부분 준공이라도 받아 예정대로 입주 노력"입주지연시 예정자들 피해…소송에다 전세난 부추길수도
  • ▲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시공 현장. 2023년 9월. ⓒ현대건설
    ▲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시공 현장. 2023년 9월. ⓒ현대건설
    "적기입주를 위해 추진한 일정이 너무 촉박했음을 부인하진 않겠습니다. 그러나 입주에 지장이 없도록 하면서 다시 완벽한 준공을 위해 정비기반시설, 기부채납시설 공사를 진행하겠습니다." (배인연 개포1동 주공아파트 주택재건축 조합장)

    이달말 입주가 예정된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아파트)'가 연내입주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6000가구가 넘는 매머드급단지의 입주일정이 틀어지면 입주예정자 입장에서는 이사시기를 재조정해야 하는 대혼란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하반기 들어 다시 들썩이는 전셋값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강남구청은 주거시설과 부대복리시설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입주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전체 준공승인은 물론 부분 준공승인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개포1동주공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최근 강남구청으로부터 '준공인가 신청처리 불가' 공문을 받았다. 강남구 담당부서 관계자는 전날도 현장을 둘러본 결과 지금 현장상태로는 연내 준공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지난달 구청 공문에는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 정비기반시설, 기부채납시설 공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정비사업이 인가받은 사업시행계획대로 완료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청은 공사완료후 준공을 재신청하라는 통보도 했다.

    이에 구청은 입주지연이 예상되는 만큼 조합원 및 일반분양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달라고 당부했다.

    구청 관계자는 "공동주택이나 부대복리시설, 기반시설과 관련해 공사가 미완료된 부분이 있어서 준공승인을 내주지 않았다"며 "전날 현장점검 상태로서는 공동주택이나 부대복리시설, 정비기반시설 모두 미비해 연내 승인은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기반시설인 우수관로공사가 7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에 따르면 우수관로 공사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설계안을 변경해야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공사비가 늘어나자 조합은 공사를 중단했다. 구는 우수관로를 새로 만들지 않을 경우 추후 홍수 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준공인가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조합과 시공사가 입주를 위해 부분 준공승인을 요청할 경우에도 법적요건 충족여부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으며 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경우 부분 준공승인도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입주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최대한 협조를 할 계획은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청은 이 단지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83조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이다. 도정법 83조 3에 따르면 도시정비법상 시장·군수 등은 제2항 전단 또는 후단에 따른 준공검사를 한 결과 '정비사업이 인가받은 사업시행계획대로 완료됐다'고 인정되는 때에 준공인가를 한다고 돼 있다. 구청 측은 해당부분에서 미비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 ▲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시공 현장. 2023년 9월. ⓒ현대건설
    ▲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시공 현장. 2023년 9월. ⓒ현대건설
    시공단 측은 이와 관련해 문제가 있는 부분은 조합이 맡은 기부채납시설이고 아파트쪽 공사는 거의 완료돼 부분 준공승인이라도 받아 계획대로 입주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반시설은 조합이 업체를 선정해 진행하고 시공단은 주거단지에 대한 시공을 맡는 구조다.

    현대건설 측은 "조합에서 맡은 도로, 학교 등 기부채납시설 공사 진행률이 더디다"며 "전체 준공신청을 냈는데 구청에서 기부채납시설이 너무 미진하니까 승인을 내주지 않은 것 같다. 부분 준공신청을 통해 이달 말 입주할 수 있도록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전점검 당시 공사진척이 부족했다는 구청 지적에 대해서는 "해당구역은 입주날짜에 맞춰 공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며 "입주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담당자를 배치해 입주민들에게 상황과 진행계획을 설명드렸다"고 답했다.

    조합 관계자는 "기부채납은 학교와 공공청사인데 모두 90% 지은 상태"라며 "거의 다 지어놨는데 100%는 아니라 승인이 나지 않은 것 같다. 구청에서 꼼꼼하게 봐서 그런 건데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공단 측 부분 준공신청과 관련해서는 재차 전체 준공승인을 요청한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부분 준공으로 간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시공사가 부분 준공을 신청하는 게 아니고 전체 준공으로 하는데 만약에 기반시설 등 아파트를 제외한 시설로 인한 문제라면 아파트만이라도 해달라는 게 시공사 입장"이라며 "개포주공4단지도 부분 준공이 났었는데 그렇게라도 진행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청 판단대로 부분 준공마저 이달을 넘기게 되면 6000가구가 넘는 초대형단지 입주예정자들 입주차질은 물론 인근 주택시장 전셋값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일반분양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다. 특히 분양권을 구매해 이미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대인 경우 피해가 가장 크다. 입주예정시기에 이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에 따라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뒤에 입주할 수 없으면 임차인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임대인에게 계약금과 위약금을 물어낼 수도 있다. 임차인이 제때 입주하지 못해 추가되는 이삿짐 보관비용과 추가 월세 등도 모두 임대인 몫이다.

    법조계에서는 임대인이 위약금을 물어주더라도 향후 이에 대한 실제 책임자인 조합 등에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입주지연에 따른 피해는 찾기 어렵지 않은 일이다. 3월 인근 3375가구 규모 개포동 '개포 자이 프레지던스(개포주공4단지 재건축)'에서는 재건축공사 이전단지 안에 있는 유치원이 보상을 요구하며 서울행정법원에 낸 준공인가 처분 효력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입주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때문에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계약금을 물어주거나 이사일정에 차질을 빚은 이들이 수억원대 손해를 입었다. 입주를 중단한 사흘사이 전세를 받기로 했던 임차인들에게 수억원대 위약금을 내고 계약을 파기하거나 준공인가 효력정지로 임차인 전세자금대출이 막히는 피해를 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입주지연이 이사철이나 연말과 겹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학교 입학시기에 맞춰 집을 계약하고 자리를 잡으려면 연말에 마무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단지 일대 입주물량 가운데 지연물량이 많을 경우 학기시작 전에 옮겨야 하는 만큼 전셋값 상승까지 부추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포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지하 4층~지상 35층, 74개동 총 6702가구 규모며 단지내 수영장·사우나, 고급 GX룸, 프라이빗 영화관 등 초호화 커뮤니티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시공사는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