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Q 반도체 재고자산 33조7천억… 감산 통한 증가폭 감소삼성 재고 중 12%가 반도체… 업황 회복 등 내년 회전율 대폭 높일듯몸값 치솟은 ASML 지분 1조3천억 추가 매각… 올해만 4조3천억 투자재원 확보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 3분기에도 반도체 재고를 줄이고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기 위해 실탄을 비축하는 전략을 이어갔다. 내년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삼성이 다시 한번 경쟁사들을 압도하기 위한 채비를 갖추는 모습이다.

    15일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반도체 재고자산은 33조7307억 원으로 지난해 말(29조 576억 원) 대비 4조 6731억 원(16.1%)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7.9% 증가한 수준이다.

    재고증가를 막을 순 없었지만 다행히 증가폭은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에서 올 1분기 말 기준으로 재고자산이 10% 가까이 늘었던 바 있지만 2분기 이후부턴 증가폭이 5%, 0.12%로 빠르게 줄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 바닥 신호를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도 최근 실적발표를 통해 반도체 재고가 지난 5월을 정점으로 빠르게 줄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전자 전체 재고자산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재고 중 반도체가 11.6%를 차지했지만 지난 3분기 말 기준으로 12.2%로 늘었다.

    내년엔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되는만큼 삼성도 반도체 재고를 크게 덜어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분기 기준 재고자산 판매 속도를 뜻하는 재고자산 회전율이 3.3회로 전년(4.1회) 대비 떨어졌지만 내년에는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고도 더 나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업황 회복이 시작되면 메모리 제조사들의 투자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에서도 삼성은 막대한 투자금을 투입해 반도체업계 투자 경쟁에 불을 지피는 동시에 압도적인 투자 규모로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을 다시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삼성은 올해 투자금을 비축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했다. 불황으로 반도체사업에서 현금을 쌓기는커녕 적자가 누적된 탓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삼성은 지난 3분기 중에 보유하고 있던 ASML 지분 0.3%를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약 1조 3000억 원 가량을 현금화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매각 이후에도 삼성전자는 ASML 주식 158만407주(지분율 0.4%)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앞서 지난 2분기에도 약 3조 원 가량의 지분을 현금화했다. 당시에도 ASML 주식 354만7715주를 처분했다. 올 들어서만 이 지분 매각으로만 4조 3000억 원을 마련한 셈이다.

    지난 2012년 반도체 노광기 전문 기업인 ASML 지분 3%를 매입하며 일찌감치 협력관계를 구축해온 삼성은 이후 ASML이 글로벌 독점으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개발 및 생산에 나서면서 사업적으로나 투자 관점으로나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 ASML 주가가 치솟은 지난 2016년 삼성은 투자비 회수 차원에서 보유 지분 절반을 매각하고 나머지 보유분을 투자 실탄으로 조금씩 활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