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노조법·소득세법 헌법소원 심판 청구… "기본권 침해, 헌법 질서 위반"5개월 만에 경사노위 복귀 결정했지만, 사회적 대화 앞두고 투쟁 수위 높여회계 공시·근로시간 개편안·노란봉투법 등 핵심 쟁점 산적… 경사노위 난항 예상
  • ▲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국노총 주최로 열린 노조법ㆍ소득세법 시행령 헌법소원 심판 청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국노총 주최로 열린 노조법ㆍ소득세법 시행령 헌법소원 심판 청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정부의 노조 회계 공시 의무화에 반발하며 관련 법안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소득세법 시행령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최근 한국노총은 대통령실 등의 요청에 따라 대통령 직속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복귀를 결정했지만, 이와는 별개로 정부의 노동개혁에 맞선 투쟁은 계속해 나간다는 태도다. 경사노위가 정상화해도 순탄치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15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위헌적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헌법소원 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이 노조와 조합원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조세법률주의와 부당결부금지 원칙 등의 헌법 질서를 위반했다"고 헌법소원 심판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노조 회계 공시는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핵심 현안 중 하나다. 정부는 노조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고 노조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시스템에 결산 결과를 공시하는 노조에게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회계 공시 의무는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에 부여된다. 정부는 특히 상급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산하 조직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연좌제 방식을 적용해 양대 노총을 압박했다.

    관련 시행령은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됐다. 애초 정부는 내년 1월1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노조 운영현황 조사 결과 여러 비리가 적발되는 등 사안의 시급성이 커지자 시점을 3개월 앞당겼다. 이에 따라 노조가 정부 시스템에 회계를 공시해야만 조합원들이 올 10~12월에 납부한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23일 회계를 공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다음 날 같은 결정을 내렸다. 양대 노총이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에 보폭을 맞추기로 한 셈이다. 하지만 이들은 조합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일 뿐 회계 공시는 '노동말살'의 일환이라며 투쟁을 예고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정부의 시행령은 법률상 위임 없는 명백한 월권 행위다. 노조법이나 소득세법의 어떤 규정을 찾아보더라도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을 위임한 바 없다"면서 "정부는 노조 세액공제를 무기로 상급단체 가입을 기피하게 만들고, 노조 간 갈등을 부추기는 노동자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 오로지 노조를 흠집내고 악마화하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열린 한국노총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동명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열린 한국노총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동명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회계 공시 의무화를 시작으로 근로시간 개편안 마련 등 주요 노동 현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선 13일 한국노총이 지난 6월 불참 선언 이후 5개월여 만에 경사노위 복귀를 결정하면서 관련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가 커진 상태다. 한국노총은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구속 사건을 계기로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했었다. 김 사무청장은 5월31일 포스코 광양 제철소에서 하청업체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고공 농성을 벌이다 경찰 진압에 폭력 대응한 혐의로 체포됐다. 한국노총은 이를 경찰이 과잉 진압한 것이라고 봤다.

    경사노위의 유일한 노동계 인사였던 한국노총이 대화의 장에 복귀한 것은 고무적인 일로 여겨지지만, 이번 헌법소원 심판 청구 등 양대 노총이 점차 반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점에서 벌써 노·정 간의 불안한 기류가 읽힌다. 한국노총은 차후 경사노위의 최대 안건으로 꼽히는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서도 정부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식으로 추진한다며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현행 주 52시간제를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근무시간을 유연화하겠다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이런 개편안이 장시간 노동에 악용될 수 있다고 여긴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제2·3조 개정안도 노·사·정 사이 전운을 불러일으키는 사안이다. 노란봉투법은 이달 9일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은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노동계는 '합법파업 보장법'이라 찬성하는 반면 정부와 경영계는 '불법파업 조장법'이란 반대 입장을 고수 중이다. 현재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부권이 실제로 행사될 시 노·사·정 관계는 또 한번 격돌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