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미래에셋생명, 변화 선택삼성화재·KB손보·DB손보, 실적·임기 어필금융지주나 母그룹 영향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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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을 앞두고 임기가 끝나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통상 보험사 CEO의 연임 여부는 실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외부적인 변수가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험업계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부터 내년 3월까지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을 비롯해 편정범 교보생명 사장, 정종표 DB손해보험 사장, 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 이은호 롯데손해보험 사장, 임규준 흥국화재 사장, 최문섭 NH농협손해보험 사장,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 등 8개 주요 보험사 CEO의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0일 메리츠금융지주는 깜짝 인사를 발표했다. 2015년부터 메리츠화재를 이끌어 오던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겸 메리츠화재 대표가 9년 만에 메리츠화재에서 손을 떼고 지주 대표만 맡게 됐다.

    놀라운 것은 김 부회장의 후임으로 김중현 신임 대표이사를 내정한 것이다. 1977년생인 김 대표는 아직 40대 중반의 나이로, 보험업계 '최연소 CEO' 반열에 올랐다.

    그는 2015년 메리츠화재에 입사 후 변화혁신TFT 파트장, 자동차보험팀장을 거쳤고 2018년 40대 초반에 임원으로 승진해 상품전략실장, 경영지원실장 등 메리츠화재의 핵심 업무을 맡았다. 2021년부터는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메리츠화재 경영 전반을 총괄했다.

    미래에셋생명도 지난 23일 변재상 대표이사 사장을 고문으로 위촉하고 김재식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하는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변 대표의 퇴진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그룹을 젊은 조직으로 바꾸겠다는 세대교체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 금융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처럼 보험사 CEO의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인물은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이다. 홍 사장은 삼성생명에서 부사장 등을 거친 후 2020년 12월 삼성화재로 자리를 옮겨 이듬해 12월 삼성화재 CEO로 선임됐다.

    홍 사장 취임 이후 삼성화재의 연간 순이익은 2020년 7660억원에서 지난해 1조1410억원으로 급증한 후 올 상반기에는 역대 최대치에 이르는 1조216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실적만 고려하면 홍 사장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지만 삼성그룹 세대교체 바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편정범 교보생명 사장은 2021년 3월부터 신창재 회장과 함께 각자대표 체제로 교보생명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윤열현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3인 대표에서 2인 경영 체제가 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올해 1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정종표 DB손해보험 사장 역시 임기가 만료되지만 각자대표 체제로 DB손보를 이끌던 김정남 부회장이 지난 3월 사퇴하면서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 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아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금융지주나 모그룹의 영향을 받는 보험사는 외부 요인에 따라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올 12월 임기가 끝나는 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은 취임 이후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양종희 신임 KB금융지주 회장이 내년 1월 취임하면서 계열사 사장들의 교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임규준 흥국화재 사장과 최문섭 NH농협손해보험 사장도 모그룹의 사장단 인사에 따라 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사장은 올해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새로 취임한 만큼 세대교체 인사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한편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은 2013년 취임 이후 해외시장을 지속 확장하며 경영 능력을 인증받고 있다. 올 상반기 코리안리 순이익은 268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보험사들은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과 고금리·경기침체 속에서도 나름의 성과를 냈다"면서 "연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그룹 경영진이 세대교체를 통해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경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